7월 생산과 소비·투자가 모두 꺾이는 이른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소비가 199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중국의 봉쇄 조치 등이 이어지며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여기에 소비는 0.3%, 설비투자는 3.2% 줄어 지난 4월 이후 또다시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체 생산이 감소 전환하고 소매 판매 등 내수 지표도 감소하며 경기 개선 내지 회복 흐름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 상황을 나타내는 소매 판매가 5개월 연속(3~7월) 감소한 것은 지난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지난 1월에 2.0% 줄고 2월 보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 들어 소비가 계속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매 판매 부진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와 물가 상승 탓이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중국의 수요가 줄며 화장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1.1% 감소했다.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도 0.8%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늘었는데, 이 여파로 최근에는 교체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까지 겹쳐 소비 심리가 얼어붙는 모습이다.
생산 감소는 광공업 생산이 감소 전환한 영향이 크다. 7월 반도체와 기계 장비 등 생산이 줄며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항공기 수입이 줄고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며 설비 투자는 3.2% 후퇴했다. 토목 공사 실적이 줄어든 탓에 건설 기성 투자도 2.5% 줄었다.
경기 둔화 시그널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제조업 재고율(재고와 출하의 상대적 비율)이 125.5%를 기록하며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어 심의관은 “반도체 수요가 높은 중국의 수요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의 수요도 둔화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쌓이는 재고는 이후 생산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줄어든 99.4로 집계됐다. 미국 등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라 코스피 등 금융 지표가 부진하며 앞으로의 경기 흐름에 대한 기대 심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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