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바이오 벤처 기업이 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헬스케어 업체들의 기업공개(IPO) 차질로 벤처캐피털(VC)들의 자금 회수에도 비상이 걸려 벤처 투자시장 내 ‘돈맥 경화’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해 코스닥 상장 예심 과정에서 IPO를 자진 철회하거나 미승인 결정을 받은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디앤디파마텍·쓰리빌리언·파인메딕스·애니메디솔루션·이뮨메드·넥스트바이오메디컬·퓨쳐메디신·한국의약연구소 등 7곳이다.
서울경제가 스타트업 정보 제공업체 ‘더브이씨(The VC)’와 업계 자료를 취합한 결과, 이들 기업이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3671억 원에 달했다. 구주 거래를 고려하더라도 이들 회사들에만 3000억 원 가량의 투자금이 묶여있는 셈이다.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업체인 디앤디파마텍의 투자 유치액이 가장 컸다. 이 회사는 7월 1일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디앤디파마텍이 그간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2200억 원 규모로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 팔란티어 회장이 창업한 옥타브라이프사이언스를 비롯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인터베스트·한국투자증권 등이 투자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해 초에도 거래소 예심을 통과하지 못한 바 있어 IPO를 통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는 더욱 어렵게 됐다.
지난 24일 상장 심사를 철회한 유전자 진단 기업 쓰리빌리언도 그간 418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한국산업은행과 SK증권(001510), 한국투자증권 등이 투자사다. 이뮨메드(412억 원)와 퓨쳐메디신(268억 원) 등도 적잖은 투자금을 유치해왔다.
업계에선 연내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벤처 기업의 신규 IPO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본시장 침체에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도 하락까지 겹쳐 투자 심리가 벌써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에선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준이 갑자스럽게 높아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예년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것도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투자 자금 회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최근 GI이노베이션은 상장 트랙을 ‘유니콘 특례’에서 ‘일반 기술 특례’로 변경했다. 유니콘 특례로 상장하려면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최소 5000억 원을 충족해야 하는 데 이를 맞추기 어렵자 상장 방식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VC 대표는 “바이오 부문 투자 비중을 30%대에서 10~20%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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