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는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끈 주역으로 인류의 생활상을 크게 변화시켰다. 우리나라는 1899년 9월 18일 서울 노량진과 인천 제물포를 연결하는 경인선을 처음 개통하며 본격적인 철도 시대를 열었다. 흔히 일제강점기에 철도가 놓였다고 오해하지만 대한제국 시절부터 철도를 깔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발달한 철도 시스템은 2004년 KTX 개통으로 이어지며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연구자들이 시속 1200㎞급의 미래형 초고속 열차 ‘하이퍼튜브’ 개발에 매진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인 김동현(60)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고속철도 터널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폭발음을 80% 이상 줄인 세계 최고 성능의 저감 장치를 개발한 공을 인정받았다.
고속 열차가 터널에 진입하면 터널 내부의 압력 변화로 인해 큰 파동이 발생하고 그 일부가 터널 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이때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와 비슷한 폭발음인 소닉 붐(sonic boom)이 터져 나온다. 굉음과 진동은 자연스레 주변 민가와 축사 등에 피해를 끼친다.
그동안에도 고속철도 터널 출구의 소닉 붐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썼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예를 들어 터널 단면적을 크게 확장하거나, 터널 입구에 ‘압력 변화 저감 후드’를 설치하거나, 고속 열차의 앞부분을 길게 설계하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터널 단면적을 키우면 철도 건설 비용이 상승하고 고속 열차의 차량 앞부분을 길게 제작하면 공력 저항이 증가해 연간 운영비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터널 내부의 압력 변화를 저감하는 장치인 후드를 설치하면 설치비는 저렴하지만 폭발음 저감 성능이 50% 안팎에 그쳐 한계가 있었다.
김 수석연구원 팀은 압력 변화 저감 후드의 성능 향상을 위해 수억 년간 최적의 조건으로 진화해온 ‘상어’의 고속 강제 호흡 방식(ram ventilation)을 응용해 고성능 상어 생체 모사 후드 구조체를 개발했다. 상어는 순간 시속 50㎞에 달하는 고속 유영 시 세찬 물기를 입안으로 그대로 밀어넣고 아가미 틈새로 배출하며 효율적인 산소 추출 호흡을 한다. 연구팀은 상어 입안과 아가미의 3차원 구조를 생체 모사해 상어 식도 입구에서 시간에 대한 압력 변화가 최소화되는 것을 실험으로 규명하고 이를 응용해 상어 후드를 개발했다.
이 상어 후드는 소닉 붐 저감 성능이 철도 선진국의 장치보다 30% 이상 우수하고 후드 제작비도 약 40% 절감할 수 있다. 그는 “요즘은 세계적으로 고속철도 건설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매우 작은 단면적의 터널을 적용한다”며 “고속철도 터널 출구에서 외부로 전파되는 폭발음을 충분히 감소시켜 주변 민가와 축사에 피해가 없도록 예방하는 데 신경을 쓰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국내에서 7월부터 이천~문경 신규 철도 8공구 신풍 터널을 시작으로 철도 현장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미국·일본·독일·중국에 특허를 등록해 앞으로 수출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 수석연구원은 “고속철도 터널 건설의 경제성을 높이고 국민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국내외 고속철도에 상어 후드 기술을 널리 보급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철도 현장 여건에 맞춰 병행 설치할 수 있는 다른 소닉 붐 저감 대책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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