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매판매 부진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중국발(發) 수요가 줄며 화장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전월보다 1.1% 줄었다. 고물가로 신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며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도 0.8% 감소했다.
물론 소매판매가 소비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소매판매는 재화 소비 동향만 보여줄 뿐 여행·외식 등 서비스 소비 상황까지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 서비스업인 숙박·음식업 생산이 전월 대비 4.4%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소비 상황은 나쁘지 않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소비 패턴이 재화에서 서비스로 일부 전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소비 회복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식 등 서비스 수요까지 위태롭게 하는 악재가 쌓여 있다. 먼저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더라도 당분간 5%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제 중요한 것은 물가 정점 시기가 아닌 물가가 정상화되는 속도”라며 “물가가 내려오는 속도가 느리면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점도 향후 소비 전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렇게 소비마저 후퇴할 경우 하반기 한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수출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최근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것이 소비이기 때문이다. 실제 2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3.1% 줄었지만 급증한 민간 소비 덕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돈 0.7%를 기록한 바 있다. 기재부 역시 “고물가와 금리 인상 지속, 주가 및 환율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이 향후 소비와 투자 등 경제 상황에 대한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반도체 시장 악화에 생산과 투자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7월 반도체와 기계 장비 등 생산이 줄며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며 설비투자는 3.2% 후퇴했다.
특히 제조업 재고율(재고와 출하의 상대적 비율)이 125.5%를 기록하며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수요가 높은 중국의 수요가 주춤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의 수요도 둔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쌓이는 재고는 이후 생산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줄어든 99.4로 집계돼 하락 전환했다. 미국의 긴축에 코스피 등 금융 지표가 부진하며 앞으로의 경기 흐름에 대한 기대 심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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