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경영 활동 활성화를 위해 경제 형벌 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공정거래법상의 일부 형벌 규정을 폐지하거나 행정제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제5회 공정경쟁포럼을 열고 ‘공정거래법상 형벌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현 숭실대 교수는 “공정거래법은 새로운 행위 규제를 신설할 때마다 형벌을 같이 도입했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 행위 유형에 폭넓게 형벌을 두고 있다”며 “주요국은 형벌 조항이 없거나 카르텔(담합) 등 일부 행위의 유형에만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정부가 경제 형벌 규정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1차 과제로 17개 법률, 총 32개의 형벌 규정을 발표했다”며 “다만 공정거래법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 의무 위반 등 3개 조항만을 개선 과제로 채택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최한순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경제의 효율성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경제정의가 강조되는 시대로 변화하면서 형벌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때 형벌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순옥 중앙대 교수는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상 형벌 규정의 수를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라 주요 국가와 달리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벌 규정을 도입하게 된 이유, 연혁, 형벌의 기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법률주의(포괄위임금지), 명확성 원칙, 적정성 원칙(책임 원칙·비례성 원칙), 보충성 원칙 등 네 가지 평가 기준에 따라 지주회사 행위·설립 제한 위반, 사업 보고 불이행,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탈법행위(기업결합·경제력집중 억제 관련) 등은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난설헌 연세대 교수는 “상호출자금지, 신규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금융회사·보험회사·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등에 대한 형벌 존치 문제에 대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불합리한 처벌 규정은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의 생명·안전과 무관한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의 경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