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광주를 찾아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를 직접 면담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피해자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피해자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최대한 조속히, 그리고 진정성을 갖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부와 징용 피해자 측에 따르면 박 장관은 2일 오후 광주를 찾아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를 각각 면담하기로 했다. 이 할아버지와 양 할머니는 앞서 2018년 10월 말과 11월 각각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서 최종 승소해 피고 기업의 판결 이행을 기다리고 있다. 외교부는 피고 기업들의 판결 불이행에 따른 국내 압류자산 매각, 즉 현금화 절차가 이뤄지기 전에 외교적 해법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박 장관은 피해자들과 직접 면담한 뒤 일본 측과 추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박 장관이 징용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최 대변인은 '면담 일정을 피해자 측에서도 수용한 것이냐'는 물음에 "현재 관련 소통이 이뤄졌다"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피해자 의견을 경청하면서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 장관은 면담 이후 고(故) 김혜옥 할머니 묘소가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도 참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한편 외교부는 피해자 측이 대법원 의견서 제출을 비판한 데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정당하게 법원에 제출한 것"이라며 "의견서 제출이 재판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일축했다. 앞서 외교부는 7월 말경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차원의 노력을 설명했는데, 일부 피해자 측은 '현금화 판결을 미뤄달라는 취지'라면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외교부의 대법원) 의견서 제출은 강제 매각 위기에 처한 미쓰비시를 해방시킨 것이나 다름없다"며 의견서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 대변인은 "정부는 민관협의회 개최 이외에도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피해자 측을 비롯한 국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다양한 소통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한일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 모색을 하기 위해서 국내적인 노력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한일 간 소통 등 외교적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또다른 징용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가 제기한 현금화 명령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3부가 이른 시일 내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법원의 판결 내용이나 판결 시기 등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이와 상관없이 저희가 관련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5일 한일 민관협의회 4차 회의를 열 예정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