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여명]인구 쇼크를 재앙 아닌 축복으로 바꾸려면

홍병문 성장기업부장

日, 비밀출산제 가이드라인 발표 계획

인구 절벽 심각한 韓도 화두로 떠올라

노동력 줄며 경영 환경·실물경제 악화

외국 인재 유치 등 다층적 대책 마련을





아기를 출산한 산모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출산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일본 정부가 발표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정한 조건만 따르면 임신부가 병원에서 비밀출산을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런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면 일본에서 3년 전부터 시작됐던 비밀출산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가 찍힌다.

비밀출산제는 정부가 정한 요건에 맞춰 임신부가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출생 등록을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출산을 숨기고 싶은 임신부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병원 담당자 한 명에게만 알린 채 아기를 낳는 방식이다. 정부는 비밀출산을 원하는 산모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임신부가 출생통보제에 부담을 느껴 병원 이용을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비밀출산 이슈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다. 우리와 똑같은 인구 쇼크를 겪는 일본이 비밀출산제 합법화에 나선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공론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014년 비밀출산제를 합법화한 독일은 자녀가 16세가 되면 친모의 신상 정보를 열람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아이의 친부모 알권리 침해 논란을 피해갔다.

해외 선진국들이 비밀출산제를 도입하는 데는 인권과 윤리 이슈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 감소 추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6월 출생아 수는 1만 8830명이었다.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 9961명이었는데 2분기 처음 6만 명대 밑으로 추락했다.



출생아 수가 연말로 갈수록 더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는 역대 최저 출생아 수가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임 여성 1인당 출산율을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분기에 0.75명이었는데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한국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가 사망자보다도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를 넘어섰는데 인구 문제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세계 역사를 보면 인구 문제는 중요 정치·경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되레 인구 감소가 기술 진보의 장애물이 된다고 보고 인구 감소로 인한 수요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투자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급격한 인구 감소가 과연 재앙으로 이어질지 축복이 될지 단선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 분명한 것은 인구 쇼크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급격히 앞당기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명 셰프인 이연복조차 인력난에 못 견뎌 식당을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뉴스를 보면 인구 문제가 현실 경제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인구 감소 속도가 가팔라지면 소상공뿐 아니라 중소기업 등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법무부가 고려하고 있는 이민청 추진은 이런 인구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인데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인구 감소를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만들려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고급 인재를 적극 유치해 이민자로 받아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값싼 해외 인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적절한 조절도 필요하다. 인구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은 사회·교육·정치·문화 등 다층적인 차원에서 많은 요인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하면 인구 급감은 우리에게 쇼크를 넘어서 대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를 깊게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병문 기자 성장기업부 hbm@sedaily.com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