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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 김대리도 오픈런…묵힐수록 오르는 '와테크' 뭐길래

홈술족에 2030세대 진입 시장 커져

오픈런·직구 후 리셀하는 사람 늘어

소믈리에가 선물 거래로 선취하기도

개인간 주류거래 불법…짝퉁도 등장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서 와인을 따르는 모습./연합뉴스




와인 애호가 A(35세)씨는 얼마 전 힙합 뮤지션 JAY-Z의 랩 음악 ‘Show me what you got(네가 가진 것을 내게 보여줘)’에 등장하는 와인 ‘오퍼스 원’을 구해보려다 깜짝 놀랐다. ‘나는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나아지고 있어. 오퍼스 원처럼 말이야’라는 가사처럼 실제 오퍼스 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명성과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버트 몬다비와 바론 빌립프 드 로쉴드가 손을 잡고 만든 오퍼스 원은 예전에는 시중에서 수 십 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최소 백 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가질 수 있는 고급 와인이 됐다. 오퍼스 원 뿐이 아니다. 상당수 유명한 와인에서 수요 공급 불균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와테크(와인+재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재테크 차원에서 오픈런,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유명하거나 수량이 한정된 와인을 미리 확보한 후 비싼 값에 되파는 식이다. 유통·주류업체들 역시 이윤 극대화를 위해 낮은 가격에 미리 구입하기 위해 전문가까지 앞세우고 있다.



국내 와인 수요 느는데 수입 가격 계속 올라


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5억 6000만달러(7583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9.6% 늘었다. 10년 전 수입액이 1억 5000만 달러(한화 2031억 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4배 가량 상승했다. 올 상반기 역시 2억9748만달러(4028억원) 어치가 수입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수준이다.

수입 물량이 늘어났음에도 수요 증가세는 이보다 더 가파르다. 이에 국내 와인 거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해외 주산지의 작황 부진으로 수입 물량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와인의 대표 생산지인 프랑스 지역은 수년째 때 아닌 냉해로 포도 수확량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최대 와인 산지인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역시 걷잡을 수 없던 대형 산불로 인한 연기가 포도에 흡착돼 재나 플라스틱 맛의 와인이 만들어지며 상품성이 떨어졌다. 이에 해외 와이너리들은 물류비 상승, 작황 부진 등을 이유로 40% 이상 공급 단가를 높였다. 특히 고가 와인 생산자들의 인상 요구가 컸다.

달러 강세도 수입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와인 106종 가격을 평균 10.5% 올렸고, 신세계(004170)L&B도 부르고뉴 와인, 샴페인 등 프랑스 와인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렸다. 금양인터내셔날·아영FBC 등 주요 와인 수입사들도 해외 수입 와인의 이미 소비자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자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 제일 싸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재기를 하는가 하면 구매처 별로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리셀을 통한 ‘와테크(와인+재테크)’족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 나파밸리에서 수확된 포도./픽사베이


직구에 오픈런, 소믈리에 선물 거래까지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 홍콩 등에서 싸게 직구를 한 뒤 다시 되팔고 있다. ‘로마네꽁띠 1986빈’은 병당 2만3000달러(3113만 원)였던 가격이 최근 경매가에서 9만 2000달러(한화 약 1억25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아르망후쏘 샹베르땡 2019빈’은 4920달러가 7993달러에, ‘삐에르 이브 꼴린 모레이(2016)’는 100달러가 700달러에 판매됐다. ‘오퍼스 원(2016)’ 역시 440달러였던 판매가격이 1480달러를 훌쩍 넘겼다.

유통·식품업계에서는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를 통해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병입 되기 이전 상태의 와인을 1~2년 전에 미리 매입하는 선물 거래 앙프리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싸게 사서 비싼 가격에 되파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앙프리머에 능한 소믈리에들의 몸값도 시장에서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경매에서 9만2000달러에 거래된 ‘로마네꽁띠1986빈’


유통·주류업계 관계자는 “병 당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와인은 짝퉁 와인이 거래되고 있지만, 이를 경험한 사람이 적다 보니 진품과 구별이 불가능해 피해를 입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며 “'없어서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가의 와인은 희소성으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개인 간 주류 판매 거래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고가의 와인들이 수량 부족으로 몸 값이 비싸지면서 ‘짝퉁’ 와인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와 가격 상승세를 넘어서는 수요 때문에 ‘와테크’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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