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1.2% 가까이 오르던 나스닥이 1.31%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각각 -1.07%를 기록하면서 같은 흐름을 보여줬는데요.
8월 고용은 31만5000개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에 들어맞았습니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으면서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경제활동 참여율이 오르자 “좋다”는 얘기가 쏟아졌죠.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오후 들어 급격히 하락했는데요. 오늘은 8월 고용보고서 내용과 함께 이날 투자자들의 반응, 향후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8월 고용은 모두가 좋아해. 잠깐 한숨 돌린 시장…경제활동참가율 0.3%p 상승·시간당 임금 예상치 하회”
우선 8월 고용보고서부터 알아보죠. 이날 나온 숫자는 31만5000개로 약 30만 개를 점쳤던 블룸버그통신과 31만8000개를 예상했던 다우존스의 예상에 들어맞습니다. 월가 전망보다 크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인데요. 기본적으로 견고하면서 둔화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줬죠. 린제이 피에그자 스티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상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모두에 좋은 수치”라고 전했습니다.
추가로 좋은 소식들이 있었습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이 전년 대비 5.2%로 나왔는데요. 시장 예상치(5.3%)보다 낮습니다.
특히 경제활동참가율에서 눈에 띄는 실적이 있었는데요. 참가율이 0.3%포인트(p) 오른 62.4%를 기록했죠. 이는 노동공급이 늘어난다는 의미인데 타이트한 고용시장의 문제를 풀어주면서 경제를 떠받쳐 연착륙 가능성을 높여줄 수단입니다.
생각(3.4~3.6% 전망)보다 높아진 실업률 3.7%도 전체적인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인 측면이 있는데요.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착륙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공급 제약이 완화하는 것”이라며 “이는 세계적인 공급망 개선과 미국의 노동력 공급 증가를 의미하며 이번 고용보고서의 핵심은 처음으로 전체 노동력이 코로나19 이전을 넘어섰다는 점”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제 8월에 78만6000명이 노동시장에 추가로 들어와 총 민간노동 인구가 1억6470만을 기록했는데요. 고용시장을 생각하면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시장은 고용보고서를 경착륙 우려를 더는 것으로 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8월 고용이 ‘골디락스(Goldilocks)·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 보고서라는 말도 나왔는데요.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다. 그것은 기대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증시도 반응했습니다. 나스닥과 S&P, 다우 모두 상승 출발했고 국채금리는 하락했죠. 이날 한때 10년 물 국채는 연 3.19%까지, 2년 만기는 3.40%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제프리 로젠버그 블랙록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오늘 보고서 때문에 시장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고용이 강했다면 9월에 0.75%p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는 점만 강화했을텐데 오늘 자료를 보면 경제활동 참가율이 올라갔다는 게 핵심이고 약간 좋은 뉴스였다”며 “고용보고서가 9월에 0.75%p냐 0.5%p 논쟁을 다시 되돌린 측면이 있다”고 했는데요.
이날 오후3시 현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p 인상 확률이 56%, 0.5%p는 44%로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제만 해도 0.75%p가 75%였죠.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놓고 0.5%p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번 고용보고서가 금리인상폭을 낮출 것이라며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9월에는 0.75%p보다 0.5%p 가능성을 본다”며 “내년 물가는 2.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적절히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고 그에 맞춰 연착륙 기대가 다시 커지면서 시장이 올랐던 건데요. “모두가 좋아할 만한 리포트다. 이것은 연준이 연착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지지해준다. 시장이 이것을 좋아한다”고 한 마이클 아론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 전략가의 말처럼 나스닥도 선전했습니다.
“나스닥, +1.2%→-1.3%로 롤러코스터”…“앞서 나가는데 대한 경계감에 연휴 앞둔 보수적 거래, 유럽 깊은 침체 우려”
하지만 어제처럼 ‘좋은 게 좋은 것’은 오전으로 끝났습니다. 오후 들어 증시가 방향을 바꾸더니 급격하게 떨어졌는데요. 정확하게 딱 부러지는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월가에서는 대체적으로 △연착륙·금리인상 속도 둔화 등 과도한 기대 △노동절(9월5일) 연휴 앞둔 보수적 거래 심리 △러시아의 가즈프롬1 가동 중단 무기한 연장 등을 꼽습니다.
하나씩 보면, 이날 고용보고서만 놓고 연착륙을 얘기하는 건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연착륙은 인플레이션이 통제가능할 때 나올 수 있는 얘기며 고용보고서가 연착륙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연준은 앞으로 할 일이 많고 위험 요인이 많다”며 “기본적으로는 9월에 0.75%p를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일자리 증가 외에 전체적인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하다고 봅니다. 구인수가 1120만 건으로 구직자의 2배가량 되고 생산성은 마이너스 등이라는 점을 같이 봐야 한다는 건데요.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월간 고용증가 수는 둔화했지만 3개월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강하다”며 “명목 임금상승률은 구인 건수가 구직자보다 2배 이상 많은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많이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요.
앞서 9월 0.5%p 확률이 확 높아졌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럼에도 아직 0.75%p 가능성이 높습니다. 낸시 반덴 호우텐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둔화하고 있어 연준이 환영할 만하지만 이것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연말까지 1.5%p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며 9월에 0.75%p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는데요.
월가 내부에서는 투자자들이 고용보고서를 계기로 오전에 확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시도했다가 판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자 오후 들어 다시 손을 들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어제 오후와 오늘 오전 한번 띄워보려고 했지만 결국 이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하락했다고 본다”며 “기본적으로는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확실히 시장에서는 앞서 나가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습니다. CNBC는 “고용보고서가 시장에 약간의 상승을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트레이더들은 아마도 스스로 앞서 나가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월에 0.5%p로 기우는 사람들이 있으며 고용보고서와 8월 CPI 수치에 논쟁이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정책당국자들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로 올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연준)은 전에도 속은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정리하면 이날도 먼저 앞질러 나갔다가 뒤로 후퇴한 측면이 있다는 거지요. 여기에 다른 요인도 있었죠. 이날 오후12시33분에 블룸버그통신에 러시아가 2일부터 재가동하기로 한 노드스트림1 가스관의 운영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때를 전후해 증시가 크게 빠졌는데요. 노드스트림1은 독일이 큰 영향을 받는데 이대로라면 유럽 전체가 심각한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샘 스토발 CFRA 리서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제한과 유럽중앙은행(ECB)의 0.75%p 금리인상 가능성, 미중 긴장 고조가 투자자들을 걱정스럽게 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죠.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측면도 있는데요. 월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연휴 직전에는 다시 개장했을 때의 리스크를 감안해 트레이더들이 보수적으로 나온다. 그래서 오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했죠.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도 “월요일 휴일이 오후 매도의 한 요인”이라고 전했습니다.
서머스 “경제참가율 늘면 인플레 더 확대”…“파월 의장 연설, 미 8월 CPI 앞두고 변동성 계속될 듯”
실제 미국 증시는 현지 시간으로 다음 주 월요일(9월5일)에 쉬고 6일에 돌아오는데요. 오늘도 상황이 복잡했기에 연휴 이후의 시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CNBC는 “시장이 노동절 연휴에서 돌아오면 거래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금리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다음 주 일정을 보면 6일(화)에 8월 ISM 서비스 수치가 나오고 7일(수)에 연준의 베이지북이 공개됩니다. 베이지북이 나오는 날에는 리처드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레타 메스타 클리블랜드 총재,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이 연설도 있는데요. 8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이 있습니다. 관심이 클 텐데요.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름이 끝나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돌아오는 화요일에는 최근의 하락 움직임이 시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상승(some gains)을 기대한다”며 “다음 주 시장은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의 발언에 주목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미국 연준이 다른 나라의 금리에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긴축 흐름은 돌고 돌아 미국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마크 챈들러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다음 주) 화요일에는 호주 중앙은행이 0.5%p를 올릴 것 같고 수요일에는 캐나다가 0.75%p를, 목요일에는 ECB가 0.75%p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그 다음 관심은 13일로 예정된 8월 CPI일 텐데요. 8월 CPI 수치에 따라 9월 금리인상 결정폭이 최종 결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투자 심리에도 큰 영향을 줄 겁니다.
일단 이날 나온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전망치는 전년 대비 8.2%이고 방카 픽텟은 8.1%를 제시했는데요. 전월 대비로는 -0.1%,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수준이 나옵니다. 아직 대형사들이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고 몇 군데밖에 자료가 없어 의미가 없지만 감을 잡는 데만 참고하면 될 듯한데요.
추가로 큰 틀에서 당분간은 연준과 싸우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시장이 너무 좋고 금융시장이 완화하면 연준이 더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지요. 사토리 펀즈의 댄 나일스는 “펀더멘털이나 연준과 싸우지 마라”고 했습니다.
반짝하던 연착륙 기대가 갑자기 식은 만큼 침체 가능성도 계속 봐야 하는데요. 릭 리더 블랙록 채권 담당 CIO는 “깊은 침체는 웃기는 얘기이며 연착륙이 바늘에 실을 꿰는 것처럼 어렵지는 않다고 본다"고 했지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착륙 가능성이 더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특히 서머스 전 장관은 “경제활동참가율이 늘면 이것이 임금상승률을 낮춰 물가를 내릴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과장이다. 소득과 지출이 는다”며 “인플레를 2%로 낮추려면 실업률을 6%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6%가 넘는 실업률은 경착륙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여전히 변수들이 많습니다. 러시아의 행동이 더 대담해지고 있고 미중 갈등도 안갯속인데요. 시장이 언제까지 계속해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다음 주 상황을 잘 대비해야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한국시간 3일 아침에는 8월 고용보고서에 관한 집중적인 분석이 이뤄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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