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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날릴까 포기도 못 해”…러시아 의존 K위성 ‘진퇴양난’

러-우크라 전쟁發 국제정세 악화에

차중2호·아리랑6호 하반기 발사 차질

러 대신 스페이스X 등 대안 찾기 급한데

계약파기 책임 우려에 진퇴양난 상황

차세대중형위성 시리즈의 임무수행 상상도.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글로벌 우주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우주개발계획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발사체(로켓)로 쏘아올리기로 한 주요 인공위성들이 서방진영-러시아 간 갈등 여파로 발사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로켓을 찾으려고 해도 러시아에 이미 막대한 계약금을 낸 상태라서 당국이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위성 차세대중형위성(차중) 2호와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호의 발사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인공위성은 각각 러시아 로켓인 ‘소유즈’와 ‘앙가라’에 실려 올 하반기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한국과 러시아 간 기술자 협업이 어려워지면서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올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진영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했고 한국도 이에 동참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발사는 시간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계획 차질의) 근본적인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있고 이로 인한 서방 제재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 무산의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서방진영을 이끄는 미국이 자국 기술 유출 우려에 한국과 러시아의 협업을 반대하는 것이다. 차중 2호와 아리랑 6호에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부품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한국-러시아 협업은 미국과의 외교 문제와도 얽혀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또다른 국산 위성이자 나노(초소형) 위성인 ‘도요샛’을 전략물자로 지정, 러시아 반출을 금지했다. 도요샛 역시 하반기 러시아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다.

우주당국과 항공우주업계는 도요샛보다도 더 많은 핵심 기술과 부품이 들어간 차중 2호와 아리랑 6호 역시 전략물자 지정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차중 2호는 규격화된 공정을 통한 인공위성 대량생산 시대를 열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개발한 차중 1호의 후속이다. 아리랑 6호는 저궤도 상공에서 한반도를 관측하는 아리랑 5호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아리랑 6호의 임무수행 상상도.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또 하나 시나리오로 러시아 측이 협업을 거부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국제정세 악화 속에서도 러시아 측과 여전히 협업을 논의 중이지만,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안, 즉 다른 국가 업체와의 발사 계약 방안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는 꾸준히 수행하던 영국 기업 원웹의 우주인터넷용 위성 발사 협업을 그만뒀고 미국 기업 ULA와 노스럽그러먼에는 로켓 엔진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대안은 미국 스페이스X와 유럽 아리안 로켓 정도다. 다누리 발사를 맡기도 한 스페이스X는 러시아를 대신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정부·기업들의 발사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도 서둘러 스페이스X에 줄서야 러시아 리스크를 없앨 수 있지만 이 역시 적극적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러시아가 여전히 한국과의 협업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이 먼저 새로운 발사 계약을 맺었다가는 일방적 계약 파기가 돼 러시아에 지불한 계약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러시아에 지불한 두 인공위성의 발사 계약금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통상 발사비용은 수백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인 계약금 역시 수십억원, 많으면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해 말 NASA는 우주로켓 기업 아스트라에 소형위성 6기의 발사 용역을 맡기며 계약금으로 795만 달러(약 108억 원)를 지불했다.

글로벌 우주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시간으로 4일 반세기 만의 달착륙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첫 임무로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한다. 중국은 연내 목표로 자체 우주정거장 ‘톈궁’을 구축 중이고, 최근에는 톈궁에서의 벼 재배 실험 성공을 알렸다. 한국도 2일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의 최고난도 비행 임무인 궤적수정기동을 실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로켓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이주진 전 항우연 원장은 “우주강국의 3대 조건인 우주센터, 인공위성, 로켓 세 기술을 고루 확보해야 한다”며 “2031년 달착륙선 발사를 포함한 국산 로켓 상용화 계획을 적기에, 나아가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5월 2차 시험발사에 성공한 국산 로켓 ‘누리호’의 고도화와 상용화, 누리호보다 성능을 높인 차세대 로켓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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