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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구인회' 다닌 지수초에 '부자소나무'…사업보국·인재제일·도전정신 등 함양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1세대 창업가 본산' 진주·의령·산청 찾아

'富의 명당' 이병철 생가 들러

구인회·허만정 집성촌 탐방

"韓, 기업가정신 수도" 감탄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의 주요 참석자들이 1일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있는 GS그룹 창업주 허만정의 아버지인 허준 선생이 노년에 살았던 ‘지신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진주=이호재기자.




“의령 출신의 이병철 삼성 창업주도 초등학교 때 이곳 진주 승산마을에서 유학했죠. 구인회 LG 창업주와 동업한 허만정 GS 창업주 등 쟁쟁한 기업인들이 이 마을 출신입니다.”

1~2일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에 참여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진주·산청·의령 탐방길에, 특히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한국 1세대 기업인들의 본산지”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서울경제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과 함께 연 이번 캠프에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대학 교수와 학생, 벤처·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투자자 등 총 100여 명이 참여했다.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참석자들이 1일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허만정 GS룹 창업주의 생가를 관람하고 있다.


서울에서 버스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병철 회장의 의령군 정곡면 장내리 생가는 “풍수지리적으로도 여성의 자궁에 속한다”는 현지 해설사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재물이 쌓일 수밖에 없는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옥 한쪽 면의 산자락 벽이 시루떡, 거북·자라, 田(밭전), 가마니 쌓은 모양 등 여러 문양이 엿보였다. 5세부터 한학을 배우다가 11세에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있는 지수초등학교(당시 보통학교)에 편입한 이병철 회장은 평생 ‘논어’를 끼고 살았고 이건희 회장 등 자식들에게도 적극 권유했다. 창업 후 사업 보국, 인재 제일 등을 내세웠고 1970년대 말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경남 의령에 있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생가 한쪽 벽에 다양한 문양이 엿보인다. /의령=고광본 선임기자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참석자들이 1일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구인회 LG 창업주의 생가를 관람하고 있다.


의령에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진주 승산마을은 학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으로 기업가정신의 성지로 통할 만했다. 한때 기와집 300가구가 있던 이곳은 GS 허씨와 LG 구씨 집성촌이다. 오늘날 군데군데 빈집이 있기는 해도 여전히 120여 가구가 남아 있어 과거의 영화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이 키우기 좋은 명당으로 불리며 마을을 방문하면 복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어 신혼부부 등이 기를 받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이병철 회장 생가 인근의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 부자 상호를 즐겨 쓰는 것과 비슷했다. 실제 진주여고를 설립하고 재산을 친척과 빈민 등에게도 나눠준 허준 선생이 노년에 기거하던 ‘지신정(止愼亭)’ 앞에서 복이 터졌다. 그는 구인회 회장에게 투자해 LG·GS그룹을 일으키게 한 허만정 회장의 아버지이다. 그런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책임)를 다하라는 뜻인지 이날 탐방단 중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에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의장 대통령)으로 내정됐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우일 회장은 “기술패권 시대,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1일 서울경제 주최로 열린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참가자들이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의 옛 지수초등학교에 심어진 '부자 소나무' 앞에서 기업가정신 고취를 다심하고 있다. /진주=이호재 기자


구인회 창업주의 생가도 훼손 우려로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다가 이날 지신정과 함께 특별 공개됐다. ‘며느리 연수원’ 역할을 한 별채를 보니 전통적인 유교 집안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구인회 회장이 서울 중앙고를 수료하고 1926년 LG의 모태인 지수협동조합 이사로 취임해 생활필수품을 저렴하게 판매한 데도 유교의 인본주의 교육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였다. 이래호 차이나로컨벤션 대표는 “1920년대 이 지역은 일본인 무라카미의 잡화점이 생필품을 독점하다시피 했다”며 “구인회 회장은 경남 근역에서 양초·고무신 등을 도매가에 떼와 주민들에게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기자가 ‘이런 곳에 대학이나 기업의 연수원을 지으면 좋겠다’고 하자 “국내 대학의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참석자들이 경남 진주시 지수면 K-기업가정신센터를 관람하고 있다.


인근에는 돌담 너머로 이병철 회장의 둘째 매형인 허순구의 집도 보였다. 이병철 회장이 1922년 6개월간 지수초를 다닐 때 이 집에서 지냈다. 이 회장 역시 1936년 마산 협동정미소를 시작으로 삼성을 일으켜 승산마을은 삼성·LG·GS 모두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함안 출신의 조홍제 효성 창업주도 이곳 지수초에 종종 놀러왔다고 한다. 당시 이 회장의 지수초 3학년 동창이 바로 구 회장이다.

지수초는 2009년 폐교됐다가 올 3월 말 중진공의 K-기업가정신센터로 거듭났다. 교정에는 이병철·구인회·조홍제 세 사람이 심었다는 ‘부자소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학도 중진공 이사장은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을 함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캠프에 참여한 조규일 진주시장은 “진주시와 한국경영학회가 2018년 진주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로 선포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경남 진주·산청·고령=고광본 선임기자, 김윤수 기자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참석자들이 1일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있는 GS그룹 창업주 허만정의 아버지인 허준 선생이 노년에 살았던 ‘지신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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