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제조 업체인 SK(034730)온이 올해도 최대 7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하는 것으로 확인돼 2조 원의 투자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SK온은 내년에는 영업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해외 공장들의 불량률이 높아 투자자들은 자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SK온은 당초 제시한 기업가치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와 스텔라인베스트먼트 등과 구성한 SK온 투자 컨소시엄이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 돌입했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중앙회·행정공제회·경찰공제회 등이 한투PE 컨소시엄이 조성할 펀드에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PE 컨소시엄은 최근 시중금리가 급등해 인수금융을 활용하지 않을 계획이라 최대한 많은 출자자(LP)들을 확보해야 할 처지다.
SK온이 올 초 외국계 투자사를 통해 3조 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우선 모색했을 때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들이 투자 검토 자체를 꺼렸다. SK온이 최대 40조 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해 투자 문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리 상승에 해외 사모펀드나 국부펀드가 투자의 문을 닫자 SK온은 기업가치를 22조 원까지 하향해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고 있다.
SK온은 보통주 투자만 받겠다는 입장에서도 후퇴해 투자 지분을 우선주에서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투자 문호를 넓히고 SK그룹이 최대 5.5%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조건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 이상 수익을 바라는 연금에 비해 공제회는 6%대 중반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검토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연기금 및 공제회가 SK온의 막대한 향후 투자 계획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 특히 적자 지속에 투자를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대외적으로 수차례 올 4분기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진선미 SK온 부사장은 7월 말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흑자 전환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유안타증권이 4분기 SK온의 294억 원 흑자 전환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SK온이 기관투자가들에 발송한 투자설명서(IM)에서는 올해 매출을 7조 40억 원으로 예상하면서 영업손실 6860억 원, 당기순손실 8390억 원을 각각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1조 3400억 원)보다 줄어든 것이지만 영업손실은 소폭이나마 지난해(6840억 원) 대비 커진 셈이다. SK온은 적자 지속에 기관투자가들에 배당금 지급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관투자가는 “금리 상승이 계속돼 주식과 채권에서 손실이 커지고 있어 전체 자산 배분 비율을 유지하려면 SK온에 투자하는 방식의 자금 집행은 어려운 형국”이라며 “올해 적자 규모가 큰데 내년에도 흑자를 장담할 수 없는 기업이라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SK온이 2024년부터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고 SK가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지원하는 점, 글로벌 상위권 전기차 배터리 기업에 투자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하면 SK온의 2조 원 투자 유치가 결실을 볼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