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 자원’으로 인정해 각종 폐기물 규제를 면제하기로 했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 규제도 완화해 기아 등이 4000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5일 ‘경제규제혁신방안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업 현장 대기 프로젝트 과제를 발굴해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폐배터리를 순환 자원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순환 자원으로 인정받으면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받지 않아 운반과 보관·사용에 제한이 없어진다. 사업자가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적용 받는 각종 규제를 없애 관련 투자를 늘리려는 취지다. 정부는 특히 ‘순환 자원 선(先)인정제’를 도입해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현재는 사업자가 특정 폐기물을 순환 자원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뒤 장관 인증까지 받아야 순환 자원으로 지정되지만 이 절차를 없애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규제 개선으로 23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사용 후 배터리 시장도 2027년까지 연평균 32%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국내 관련 산업 경쟁력은 우수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상태, 성능 수명 등 잔존 용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률을 높이기로 했다. 배터리 잔존 수명 70% 이하의 경우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로 재사용하고 수명 50% 이하 배터리는 핵심 광물을 직접 추출해 재활용하면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선안도 마련된다. 현재 개인용 전기차 충전기를 남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게 불가능하지만 공유 플랫폼에 충전기를 위탁하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대한 규정을 완화해 주유소마다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수소차 셀프 충전소도 허용한다.
수도권 기업의 공장 신·증축 허용 물량은 추가로 배정된다. 현재는 제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공장 건축 면적이 총량으로 설정돼 있다. 앞으로 총량 미집행 분이 있는 경우 공장을 세우는 사업자에게 우선 돌리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아가 약 40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총량제 물량을 배정 받기 위해서는 지자체 계획에 신·증축 사업이 선(先)반영돼야 하는데 투자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생산 물량이 확대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 지자체에 미집행 물량이 남아 있을 경우 투자 현장으로 물량을 돌려 신속한 투자를 돕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1.5톤으로 제한돼 있는 택배용 화물차의 적재량도 2.5톤까지 확대된다. 택배 물동량은 최근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택배용 화물차는 1.5톤까지만 적재가 가능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감안했다. 시외버스로 운송 가능한 소(小) 화물 규격도 현재 20㎏에서 30㎏으로 늘어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