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 공포에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현상까지 더해지며 3분기 기업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거나 비상시에 대비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컨틴전시플랜(비상 경영)’ 가동에 들어갔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은 이달 들어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건설·에너지 등 전방 산업 불황에 중국 주요 도시 봉쇄로 철강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등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간헐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다. 또한 포스코는 변동되는 철강 수요에 맞추어 당초 계획된 설비수리 계획을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생산 속도를 낮추는 등 유연 생산 체제 가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요 철강 제품의 가격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철근 기준 가격은 톤당 89만 5000원으로 5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철근 가격이 90만 원 아래로 낮아진 것은 14개월 만의 일이다. 열연 유통가 역시 3개월 전보다 26% 떨어졌다.
특히 글로벌 철강 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국 철강 시장이 빠르게 침체되고 있고 국내 전방 산업의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내내 철강 산업의 업황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건축 자재, 에너지, 자동차 등 할 것 없이 최근 들어 주문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4분기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역대급 호황을 누린 정유 업계도 수익성 지표인 정제 마진 하락에 좌불안석이다. 연일 치솟던 국제 유가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정제 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각종 원가 등을 제외한 수익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 배럴당 29.5달러까지 치솟은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지난달 경기 둔화에 따른 업황 악화로 3.9달러선까지 급락했다.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약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최근 정제 마진이 다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가뜩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논란이 불거지며 초과 이익 환원에 대한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정유 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하반기 석유 수요는 지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 업계는 여객 수요 회복 지연과 고환율로 하반기에도 험난한 경영 환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은 211만 1006명으로 올해 1월(35만 6836명)보다 40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809만 8512명)에 비하면 26%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고강도 방역 규제가 유지되는 중국과 일본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지속되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부 자금까지 수혈해야 할 형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13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제주항공(089590)은 11월 3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자본 잠식 상태인 에어부산도 세 번째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며 티웨이항공(091810)은 올 4월 유상증자를 통해 이미 121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의 여객 수요가 회복될 기미가 없고 환율까지 달러당 1400원에 육박하면서 외화 평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특히 항공 물류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저가 항공사들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물류비 상승으로 수혜를 봤던 해운 업계도 최근 해상 운임이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847.62로 한 주 만에 306포인트 하락했다. SCFI가 30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년 5개월 만이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글로벌 물동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항만 적체 현상도 해소되는 상황이라 해상 운임이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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