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A 게임사 직원들은 이날 점심 식사 직후 ‘강제 퇴근’을 당했다.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평가받는 11호 ‘힌남노’가 상륙한 탓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달 8일 폭우로 인해 직원들이 퇴근길에 오르지 못하자 상당한 금액의 숙박비를 지원해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직원은 “사측에서 그냥 집에 있으라며 강제 퇴근을 시켰다”고 조기 퇴근 당시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상황을 전했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힌남노가 북상하는 가운데 대다수 IT 기업들이 재택근무 지침을 내리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IT 양강’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모두 직원들에게 이날부터 내일(6일)까지 재택근무할 것을 권고했다. 카카오 제주도 본사의 경우 태풍 직접 영향권인 만큼 단순 권고를 넘어 아예 출근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NHN(181710)의 경우 부서장 재량에 따라 조기 퇴근하고 6일에는 전사 재택근무하기로 했다.
대부분이 전사 출근 중인 게임업계도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넥슨은 이날 점심 이후 전 직원이 조기 퇴근했고, 6일도 재택근무를 이어간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036570)(NC)는 이날 정상 출근했으나, 6일에는 재택근무로 전환한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날 조기 퇴근을 독려했으며 6일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크래프톤(259960)도 부서장 재량에 따라 6일 재택근무를 시행할 예정이다.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을 비롯한 대부분의 게임사는 신작 출시 지연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직후인 지난 6월부터 전사 출근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앞서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업체와 넥슨·넷마블·엔씨 등 게임사들은 지난달 폭우 당시에도 재빠르게 재택 전환한 바 있다. IT업계가 발빠르게 재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이유는 업계 전반적으로 유연한 문화가 자리잡아 있는 데다가, 지난 2년간 재택근무를 시행하며 관련 시스템을 잘 구축해 놨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종사자는 “협업툴이 잘 돼있어 비대면으로도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지난 2년간 재택을 거치면서 자택에 듀얼모니터·마우스·키보드를 구비해 놓는 등 집에도 회사와 똑같은 업무 환경을 조성해 놨다”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 카카오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재택 근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다수 회사들이 침수 취약 지역인 강남·판교 지역에 밀집해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택 전환을 공지한 주요 포털업체 및 게임사 중 넷마블을 제외한 모든 회사들이 판교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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