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공식적으로 첫 살림살이인 2023년도 예산안이 지난주 발표됐다. 문화·관광 업계의 관심사였던 ‘문화 재정 2%’의 꿈은 결국 ‘꿈’으로만 남게 됐다. 문화 매력 국가를 꿈꾸면서도 국가 문화·관광산업 인프라 구축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발표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정부 내 문화·체육·관광 관련 예산을 포함하는 문화 재정은 8조 50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의 예산·기금 등 내년 총지출(639조 원)의 1.33%에 불과하다. 올해 본예산 기준 문화 재정 비중인 1.5%보다 오히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비중 감소는 내년 총지출이 올해 대비 5.2% 늘어난 데 비해 문화 재정은 6.5%나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규모가 큰 문체부의 내년 예산(6조 7076억 원)은 올해에 비해 무려 9.3%나 축소됐다.
‘문화 재정 2%’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문화 재정의 절대적 액수가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나 피아니스트 임윤찬 등의 글로벌 성공에는 흥분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토대를 튼실하게 쌓는 데는 소홀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회복 차원에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정부 총지출 가운데 문화 재정 비중이 처음으로 1%를 넘어선 것은 1999년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과 함께 2012년 1.41%였던 문화 재정 비중을 임기 말인 2017년 2%로 늘린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다만 임기 말 동력 약화로 2016년 1.73%가 되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정부 재정이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재정 증가는 주춤했다. 문화 재정 비중은 2021년 1.52%, 2022년 1.5%다.
특정 분야의 ‘재정 2%’는 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앞서 박정희 정부는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하던 1970년대 후반 상공부 등의 예산 비중을 3~4%로 편성 집행했다. 김대중 정부도 2000년 전후로 정보기술(IT) 육성을 위해 관련 예산 비중을 2.5%로 늘린 바 있다.
물론 개성과 자율이 중요한 문화·관광 분야가 돈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화 재정 확충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를 과시하고 민간의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관광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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