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고환율 여파로 또다시 2400선 밑으로 주저앉으며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연중 신저가 종목이 속출했다. 외국인 이탈에 대형주들이 특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금리 급등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강달러, 반도체 업황 둔화 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악재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6거래일 연속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매도 행렬을 이어가며 이 기간 1조 3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비롯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짙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권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56포인트(1.39%) 내린 2376.46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14.36포인트(0.60%) 낮은 2395.66으로 개장해 하락 폭을 키웠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936억 원, 2277억 원을 팔아치운 가운데 개인이 홀로 6883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1.27포인트(1.45%) 하락한 768.1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6거래일간 외국인들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조 3099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신저가가 속출했다. 삼성전자는 5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가인 5만 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수요 약세로 출하량과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기대감이 낮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삼성SDS도 12만 2500원으로 직전 연중 최저가(12만 4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카카오뱅크(323410)와 한국전력(015760)도 연중 최저가를 새로 쓴 가운데 해상 운임 급락과 공매도 부담에 짓눌린 HMM도 사흘째 신저가를 새로 쓰고 있다.
연중 최저가를 눈앞에 둔 종목들도 다수 나왔다. 특히 NAVER(035420)·카카오(035720)·카카오페이 등 대형 기술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카카오는 3% 넘게 하락하며 연중 최저점과 0.6% 차이만을 남겨두고 있다. NAVER도 1.1%만 하락해도 최저가를 새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카카오페이·SK텔레콤 등도 겨우 신저가를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가 요동친 것은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88원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1일(고가 139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증시를 짓눌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세와 달러 강세 압력 확대가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8일 선물 옵션 만기일을 앞둔 가운데 외국인은 선물 순매도세를 장중 큰 폭으로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장중 발표된 8월 중국 수출입 지표가 예상치를 밑돈 점도 증시 하락에 한몫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8월 수출입동향이 예상 밖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글로벌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고 말했다.
증시 불안이 지속되면서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위험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직결될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비롯해 9월 말 FOMC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말 미국 잭슨홀미팅 이후 증시에 찾아온 풍파가 예상 외로 크다”며 “이달 말 FOMC 이전까지 주가가 반등하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8월 CPI 발표 전까지 보수적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증시가 조정을 받는다면 중장기적 수혜가 기대되는 에너지·반도체·원전 업종 등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