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지속가능식품 영역을 본격적으로 키운다. 국내 두부 1위 사업자이지만 간편식은 후발주자인 만큼 비건과 동물복지를 내세워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콩으로 만든 고기를 덩어리째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장면·치킨너겟 등에 넣어 판매한다. 해외 사업의 중심에도 지속가능식품을 두고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7일 풀무원에 따르면 지난달 론칭한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은 2025년까지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동안 풀무원은 식물성과 동물복지 식품을 개별로 운영했으나 앞으로는 지구식단으로 통합해 운영한다. 예로 히트상품 '두부면'은 앞으로 '지구식단 두부면'으로 판매된다. 이를 통해 현재 전체 식품 매출의 7%에 불과한 지구식단의 비중을 3년 내 27%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풀무원의 지속가능식품 사업은 이효율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대표는 풀무원을 전통적 식품기업에서 탈피시켜 미래 지향적인 종합식품기업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지속가능식품 사업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에 풀무원은 지구식단을 론칭하며 유일하게 BM(브랜드 매니지먼트) 조직을 신설했다.
지속가능식품 간편식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J제일제당 '플랜테이블'과 신세계푸드 '베러미트'도 비건 성분으로 만든 만두·스테이크·샌드위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풀무원은 기존에 판매하고 있던 간편식을 지속가능성분으로 교체했고, 이를 통해 총 50종의 라인업을 확보했다. 예컨대 떡볶이 간편식의 육수를 멸치가 아닌 식물성으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연내에는 이를 80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종희 지구식단 BM(상무)은 "단숨에 채식을 제안하는 것보다 익숙한 메뉴로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대체육뿐 아니라 동물복지 식품을 함께 론칭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8년간 콩을 연구한 노하우를 통해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구현하는데도 집중했다. "비건식이라고 맛이 없다는 건 핑계"라는 경영진들의 깐깐한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콩고기를 숯불에 구워 향을 입힐 정도다. 원숭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해 비건들이 꺼려하는 흔한 팜유도 쓰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풀무원의 미국법인인 풀무원USA는 이미 식물성 지향 식품 브랜드 '플랜트 스파이어드'(Plantspired)를 론칭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증설한 캘리포니아주 풀러튼 공장에서도 지속가능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법인은 미국에서 개발한 구운 두부에서 착안해 '두부바'를 내놨고 1년 6개월 만에 누적 2000만 개 판매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박 BM은 "미국에서 대체육 침투율이 불과 3년 만에 20%에서 50% 이상으로 확대됐다"며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통해 일본 시장도 적극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