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음에도 서학개미들은 지난주에도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간 큰’ 투자를 이어갔다. 이들이 지난 한 주간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루 변동폭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3X ETF(SOXL)’였다. 나스닥 지수 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프로쉐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에 대한 관심도 여전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7일까지 국내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위에는 SOXL이 올랐다. 지난주 서학개미는 SOXL를 1억 1285만 달러 순매수했다. 다만 이 기간 SOXL은 7.47%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악재가 쌓이며 투심이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리스크는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미국의 대표 반도체사 엔비디아에 인공지능(AI)용 주력 반도체 2종의 대중 수출을 중단하라고 통지하는 등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서학개미들이 세 번째로 많이 매수한 엔비디아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9.14%급락했다. 이들은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하면서 저가매수세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는 반도체 업황 둔화와 대중 수출규제 등 악재 속에 연초대비
54.47% 급락한 상태다. 엔비디아의 순매수액은 2017만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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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은 SOXL에 이어 TQQQ를 8897만 달러어치 사들이며 두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이 ETF는 미국 나스닥 지수 상승률을 3배 추종한다. 미 증시가 ‘잭슨홀 쇼크’로 최근 조정을 거친 만큼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 나스닥지수는 8월 25일 잭슨홀 미팅이 열린 후 7일까지 6.70% 추락했다. TQQQ를 투자한 서학개미의 주간 수익률은 0.72% 하락해 좋지 않았다. 나스닥 지수의 하루 상승률을 2배 추종하는 ‘프로쉐어즈 울트라 QQQ ETF(QLD)’에도 950만 달러가 들어왔다. QLD 주가도 지난주 0.36% 소폭 하락에 그쳤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정적인 채권형 ETF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중기 회사채에 투자하는 '뱅가드 인터미디에이트-텀 코퍼레이트 본드 ETF(VCIT)'에도 987만 달러의 돈이 몰렸다.
서학개미들은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BULZ) 상장지수증권(ETN)' 역시 많이 사들였다. 주간 순매수 규모는 770만 달러에 이른다. 이 ETN은 미국 15개 기술주의 상승폭을 3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애플(AAPL), 어도비(ADBE), 아마존(AMZN), 알파벳(GOOGL), 인틸(INTC), 메타플랫폼(META), 엔비디아(NVDA), 퀄컴(QCOM) 등으로 구성됐다. 이 ETN은 최근 1주간 주가가 5% 떨어졌다.
미국 증시가 순매수 상위권을 다수 차지한 가운데 일본 기업인 Z홀딩스(4689)가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서학개미들은 Z홀딩스를 821만 달러 담았다. Z홀딩스에 대한 관심은 네이버와의 전략적 협업 소식 때문으로 추정된다. 네이버는 5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소프트뱅크와 Z홀딩스 등과 전략적 파트너로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야후재팬 운영)는 지난해 3월에 경영통합을 완료해 ‘Z홀딩스그룹’을 출범시켰다. Z홀딩스그룹은 야후재팬과 라인 핵심사업인 검색/포털, 광고, 메신저를 기반으로 △커머스 △로컬/버티컬 △핀테크 △공공 등 4개 분야를 집중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내 투자자들은 베드배스앤비욘드(BBBY, 643만 달러), 루시드(LCID 521만 달러), JP모건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I, 483만 달러) 등도 많이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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