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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스크로 떠오른 ‘킹달러’…연준이 만들어 낸 새로운 위기 [조지원의 BOK리포트]

잭슨홀 이후 달러인덱스 110 돌파

글로벌 주요 리스크에 ‘강달러’ 진입

한은도 잭슨홀 영향 등 집중 분석

美 긴축 빨라지면 자금 이탈 가능성

달러 표시 채권 많은 신흥국도 위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의장이 8월 26일 잭슨홀 경제심포지엄에서 8분간 연설한 이후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당시 파월 의장은 물가안정 중시 기조를 재확인하고 완화 기조로의 조기 전환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과 인플레이션이 진정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발언 직후 연준의 긴축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심리가 퍼지면서 전 세계 국제금융시장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장기시장금리가 오른 가운데 무엇보다 위험 선호 심리가 위축되며 달러 강세가 뚜렷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DXY)는 지난 5일 2002년 이후 20년 만에 110선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도 잭슨홀 이후 50원 넘게 급등하면서 7일 장중 한때 1388원을 넘어섰다.

그렇게 등장한 달러 초강세가 세계 경제를 또 다른 위기로 내몰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매달 집계하는 ‘9월 글로벌 리스크 워치’에 따르면 ‘달러화 강세’가 주요 리스크로 새로 진입했다. ‘강달러’는 순위에 진입하자마자 ‘경기침체’, ‘통화긴축 충격’에 이은 주요 리스크로 꼽혔다. 국제금융센터는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가 확산되고 있어 신규 리스크로 진입했다”며 “여타국 경제 취약성도 배경이지만 연준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 시행 우려가 핵심 동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9일 도쿄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한 충격으로 이날 오전장에서 급락했다. 연합뉴스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도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달러가 물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국가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면서 수출 수요를 감소시키고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양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인플레이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이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이번 보고서는 5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부터 8월 25일 금통위 회의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8월 26일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 관련 내용을 빠르게 보충했다. 한은은 “국내금융시장에서 가격변수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잭슨홀 회의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 기대가 재부각되며 장기시장금리가 크게 반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잭슨홀 회의 이후 상당 폭 상승해 연고점을 경신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금리나 주가 등 가격 변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와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변할 때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이어간다면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도 강화되면서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강달러가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 정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가 약세가 될 것이란 기대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을 높이고 다시 추가적인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한은은 “미 연준이 통화정책의 긴축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 달러화의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국내 물가에 대한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8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 환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한미 금리 역전 자체로는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크지 않다고 보지만 미 연준의 긴축 자체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미 연준의 긴축 속도 가속 및 강도 확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확전’, ‘중국 경기 부진 심화’ 등 리스크 요인으로 국제 금융시장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된다면 자금 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 등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이 빨라진다면 신흥국 대외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신흥국은 대외지급 능력이 취약한데 올해 들어 투기등급 외화표시채권의 스프레드가 상당폭 확대되면서 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이 2020년 879억 달러에서 올해 1~7월 1488억 달러로 급증했다. 2023년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의 미 달러화 표시 채권 규모도 6644억 달러로 작지 않다. 한은은 “우리나라는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크고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주요 신흥국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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