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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2%대 상승 왜? “월가, 인플레 기대급락에 미니 골디락스 기대”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8월 CPI 발표를 앞두고 나스닥이 2%대 상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2.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53%, 1.19% 올랐는데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해서 매파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추석 연휴라 ‘3분 월스트리트’가 쉬는 날이지만 흐름이 변하고 있고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 급하게 월가 관계자들에게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간단히 시장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8월 CPI 괜찮을 것 앞으로도 그렇게 나쁠 지표 없어”…“금리 9월 0.75%p 포함 4.00%까지 반영. 당분간 시장 좋을 수 있어”


우선 증시 상승 이유부터 알아보죠. 이날 시장은 13일 나올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급격히 커졌는데요. 잭 애블린 크레셋 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는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보며 6월이 피크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바 있지만 8월 CPI는 확실히 7월보다는 좋아질 전망인데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8월 CPI는 전년 대비 8.0%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7월에는 8.5%였는데요. 전망 최고치는 8.3%, 최저치는 7.9%입니다. TD 증권이 8.0%, 웰스 파고가 7.9%, 모건스탠리가 7.9%, BNP파리바가 8.0% 등인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는 전년 대비 6.1%로 7월(5.9%)보다는 다소 높아질 전망입니다. 최고는 6.3%, 최저는 5.8%인데요.

전월비로는 -0.1%, 마이너스가 예상됩니다. 7월에 0.0%를 기록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0%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번엔 감소가 예측되는 것이죠. 웰스파고가 -0.2%, 크레디트 스위스가 -0.2%, 도이치 뱅크가 -0.0%, 모건스탠리 -0.2% 등입니다. 전월 대비 근원 CPI는 0.3%로 7월(0.3%)과 같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CME 페드워치상 9월 금리인상 전망


이렇다 보니 CPI를 매개로 군불때기가 이뤄졌던 겁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유가가 떨어지는 반면 경제지표는 좋았고 8월 CPI는 괜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월가에서는 연말까지 나쁜 소식이 더 나올 게 없을 것으로 본다. 미니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 어제부터 오른 것 같다”고 해석했는데요.

CPI에 기대를 거는 이들은 많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안 이매뉴얼 주식 헤드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보다 놀랄 정도로 높지만 않다면 시장은 이를 무시할 것”이라며 “거꾸로 더 낮은 쪽으로 놀라게 된다면 주식은 매우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떨어지는 CPI와 함께 인플레이션 기대도 급락하고 있습니다. 조나단 골럽 크레디트 스위스 수석 주식 전략가는 “앞으로 1년 뒤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1년 브레이크 이븐 레이트(Brake Even Rate·BEI)가 2%대 이하”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으며 연준은 이야기의 절반만 읽음으로써 경기를 과도하게 긴축할 위험이 있다”고 했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0.75%포인트(p) 금리인상 가능성은 91%에 달합니다. 사실상 모두가 0.75%p를 한다고 본다는 건데요. 12월 기준금리 예측치가 3.75~4.00%로 연준에서 나온 4% 수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연준 믿어야 기준금리 최소 4%”…“근원 CPI마저 내려야 안심 전월비 0.2% 5~6개월 지속해야”


시장에서는 이 정도면 연준의 금리인상은 이제 거의 다 받아들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월가의 한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나 연준이 더 센 얘기를 하지 않는 한 이제는 시장에 다 반영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경제 상황이 그렇게 좋기만 한 걸까요? 월가의 기대와는 다르게 어렵게 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투자자들이 연준의 의지를 의심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적지 않은데요.

이날 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이 “연준을 믿어야 한다”며 “내가 (연준에서) 받은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준금리가 최소 4%까지 오를 것이라고 봤는데요. CNBC는 “클라리다는 그의 옛 동료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단순히 말(레토릭)만 내뱉는 게 아니라 그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클라리다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부의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파월 의장의 생각을 잘 안다고 봐야 하죠.

8월 CPI의 헤드라인 수치가 좋더라도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기본적으로는 떨어지더라도 얼마나 떨어지느냐, 내용이 얼마나 끈적끈적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월가의 관계자는 “단기 리스크로는 9월 경제전망이 크게 악화하거나 점도표가 예상 외로 올라가는 것”이라며 “8월 CPI가 예상보다 높거나 달러 강세가 다시 출현하거나 국제유가가 오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


노무라의 미국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롭 덴트의 생각도 비슷한데요. 그는 “우리는 전월 대비 근원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렌트비와 관련된 항목 때문에 높은 인플레는 지속할 것이다. 8월 CPI는 연준의 기분을 크게 나아지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찌감치 반기고 있는 시장과 달리 연준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건데요.

전날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며칠의 상승세를 볼 때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베어마켓을 가르키는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배경을 무시하고 있다”며 “계절성과 P/E가 얼마나 역사적 추세선에서 떨어져 있는지를 보면 우리는 정말로 급격한 가격조정을 정말 빨리 볼 것 같다”고 했죠. 그는 S&P500이 3000~340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이때가 바닥일 것이라고 봤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려면 2년 간 실업률이 6.5%에 달할 수 있다는 브루킹스 페이퍼 논문을 언급하면서 “이 예측에는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지만 노동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거나 공급충격이 지속하면 상황은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그는 “연준이 9월에 0.75%포인트 금리인상과 함께 인플레가 통제가 안 되면 실업률이 5% 이상으로 올라갈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인플레 상황을 더 잘 보여주는 중앙값 인플레이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증시 당분간 좋을 수 있어” vs “바닥 아직 안 찍었다”


연준 내 매파적 기조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다음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수요를 억누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한다. 연준은 2023년에도 통화긴축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난 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다소 둔화했지만 2% 목표치에 의미있고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다 구체적인 조건을 달았는데요. 그는 “전월 대비 물가상승 0.2%가 5~6개월 지속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타깃인 2%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박아서 얘기했습니다. 이는 통화정책 전환을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드러내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연준의 싸움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월러 이사는 특히 실업률이 5% 이상으로 오르기 전까지는 연준이 고용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고민을 덜 할 수 있다고 했죠. 뒤집어 보면 실업률이 5%가 넘을 때까지 긴축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3.7%임을 고려하면 꽤 오래 갈 수 있다는 건데요.

다만 월러 이사는 인플레가 더 오르면 기준금리가 4% 위로 오를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하락하면 4% 수준에서 멈출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4%는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숫자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 증가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는데요.

월가의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제 다 반영됐고 달러강세도 조금 꺾여서 이대로라면 당분간 증시가 좋을 수 있다고 본다”며 “월가에서는 해볼만 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3분기와 4분기 어닝 수정도 그렇게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달러인덱스가 108대까지 내려왔는데요. CNBC는 지난 6월의 저점을 다시 시험하려면 거시지표상의 큰 충격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반면 데이비드 도나베이던 CIBC 프라이빗 웰스의 CIO는 “이번 주 시장의 회복은 경제에 지속적인 회복력이 있음을 보여줬다"면서도 “아직 바닥에 도달했다고는 보지 않으며 다음 강세장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공동 CIO도 아직은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8월 CPI가 인플레이션이 다소 약화했음을 보여주더라도 연준이 강경 메시지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최근의 상승은 잭슨 홀 연설 이후 과매도됐던 것이 한 원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상당히 상승했으며 단기적으로는 더 오를 부분이 많지는 않다”고 봤는데요.

어쨌든 8월 CPI는 헤드라인 수치는 내려오겠지만 근원 CPI와 전월 대비 수치를 비롯한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월가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CPI 세부 내역과 연준의 움직임도 함께 보면 좋을 듯합니다.

이날 시장에서 나온 ‘미니 골디락스’ 얘기는 증시가 이날까지 다시 꽤 올라와 연준에 부담스럽다는 점을 같이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월가의 섣부른 기대가 상황을 더 어렵게 했었는데요. 오늘은 시간상 월가 분위기 중심으로 간단히 전해드리고 더 자세하고 깊이있는 분석은 13일에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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