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주들이 잇딴 호재에도 좀처럼 목표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입국 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폐지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여객 수요 증가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고환율이라는 복병을 맞이해 발이 묶인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이달 8일 2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달 전보다 1.4% 가량 떨어진 수준으로, 대한항공은 이 기간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며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한달전보다 7% 하락했으며 제주항공(089590), 진에어(272450) 등 저가항공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항공주는 이달 들어 정부가 입국 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폐지하면서 몸값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행 빗장이 풀리면서 관광 수요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때마침 국제유가도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급락세에 접어들며 유류 할증료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호재에도 항공주가 날아오르지 못한 것이 환율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이전부터 항공사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높은 환율 민감도였다"며 "항공기 리스부채의 대부분이 외화부채이며, 연료유류비의 지급이 외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업단, 영업외단 모두에 있어 환율 상승은 악재"라고 말했다.
달러 환율은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최근 1384.4원에 이르렀다. 2분기말 원·달러 환율은 1298.9원이었는데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의 각각 별도 기준 외화 관련 손익은 -1,940억원, -198억원, -158억원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은 1325원으로 전망되는 만큼 항공사들의 외화관련 손실폭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객 수요가 회복세에 올라선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노선별로는 미주 노선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송량의 71% 수준까지, 동남아 및 일본 노선이 각각 39%, 11% 수준까지 올라왔다. 박 연구원은 "앞으로는 환율과 무관하게 상용 수요 비중이 높은 미주 노선 및 점차 규제가 완화 중인 일본 노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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