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가 레드오션이 된 배달 시장에서 자구책의 하나로 매각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게 된 건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성장한 국내 음식배달 플랫폼 업계가 올해 상반기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주춤한 성장세를 보였고 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아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이츠는 올해 초부터 배달 라이더 프로모션은 물론 중개 수수료 프로모션까지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 2019년 5월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운영해온 주문 중개 수수료 1000원 프로모션을 올해 초 중단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배달 라이더들의 공급을 위해 쏟아붓던 프로모션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단건배달 시 더 필요한 라이더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입점 가게와 고객들의 배달 서비스 불만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대비 쿠팡이츠의 월활성사용자수(MAU)는 300만 명 가까이 줄었다. 이처럼 뚜렷한 이용 감소세가 나타난 것은 2019년 5월 쿠팡이츠 론칭 이후 처음이다.
배달의민족의 단건배달 ‘방어전’도 쿠팡의 이 같은 판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이츠는 묶음배달이 일상적이었던 국내 음식배달 플랫폼 업계에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배달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이 이에 맞서 단건배달인 ‘배민1’을 론칭하며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지난해 7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퀵커머스(즉시배송) ‘쿠팡이츠마트’도 서비스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달에는 임대차계약 만료로 서울 송파구 및 강동구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가 종료됐다. 업계 관계자는 “퀵커머스는 비용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며 “배달의민족 ‘B마트’도 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쿠팡이 사업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상황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쿠팡은 ‘쿠팡이츠 매각’이라는 카드를 일찌감치 꺼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한은행의 ‘땡겨요’ 사례처럼 대형 유통사뿐만 아니라 금융 업계도 배달 시장에 관심을 갖는 현시점이 매각에 적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 업계는 현재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직접 인수는 하지 못하지만 일종의 지분 투자 방식으로 배달 플랫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또 금융 업계에서는 플랫폼 입점 업체나 배달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 등으로 부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올해 1월 출시 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던 신한은행 땡겨요의 8월 MAU는 41만여 명으로 올해 3월 4만여 명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다. 다만 금융 업계가 해당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배달 업계 관계자는 “땡겨요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고객의 편의성이나 배달 품질에 대한 관심 없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통로일 뿐”이라며 “이 같은 사례는 은행의 대출 상품 개발을 위해 데이터만 갖다 바치는 결과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쿠팡의 이번 쿠팡이츠 매각 추진으로 국내 음식배달 플랫폼 시장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양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츠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1~2년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점유율 2등 요기요의 위기설이 제기됐다. 하지만 요기요는 지난해 8월 CDPI 컨소시엄(GS리테일·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퍼미라)에 인수되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GS리테일의 전국 오프라인 점포를 도심형물류센터(MFC)로 활용하면서 올해 6월 퀵커머스 ‘요마트’를 재출시하고 큰 투자 비용 없이 7월 전국으로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했다. 지난달 기준 전국 350여 곳에서 요마트가 서비스되고 있으며 영남·충청·호남·강원 지역의 요마트 평균 재구매율은 40%에 이른다. 또 업계 유일의 할인 구독형 서비스 ‘요기패스’의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플랫폼 충성도도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은 ‘배민1’으로 단건배달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후 쇼핑 라이브 ‘배민쇼핑라이브’, 퀵커머스 ‘B마트’, 전국 맛집 배송 서비스 ‘전국별미’, 유명 식당의 인기 메뉴를 가정간편식(HMR)으로 만든 ‘배민의 발견’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2조 8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보다 6.7배 늘어난 756억 원을 나타냈지만 지난해 김봉진 의장이 일시적으로 직원 등에 지급한 주식 보상 비용 999억 원이 인건비로 처리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해 243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로 예고된 네이버의 음식배달 시장 진출도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역 음식점을 운영 중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위한 ‘N배달’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기존 주문과 예약 서비스를 연동한 형태로 네이버 측은 “소상공인의 배달 수수료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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