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프라이빗에쿼티(앵커PE)가 온라인 플랫폼 투자에서 잇따라 손실을 내고 있다. 첫 투자였던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에서 성공을 거뒀고,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역시 예상을 깨고 대박을 이뤘다. 그러나 이후 투자한 온라인 플랫폼 컬리·티몬·프레시지는 상당한 손실을 예고하면서 적극적인 투자 행보가 막힌 모습이다.
12일 자본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딥서치에 따르면, 앵커PE가 2021년 10월 30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67.4%를 인수한 밀키트(간편조리식) 업체 프레시지는 인수 직후인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이 642억 원에 달했다.
프레시지는 이후에도 연관 기업 투자 등으로 현금을 투입하면서 2021년 말 기준 보유 현금은 1867억 원으로 나타났다. 앵커PE가 3000억 원을 투자 했지만 신주 매입을 통해 회사에 들어온 현금 중 영업활동 과정에서 568억 원, 투자금으로 581억 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이후에도 계속 흑자전환이 늦어진다면 1800억 원 가량의 남은 투자금도 빠르게 소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7월 수익성이 낮은 새벽 배송을 중단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지만 자칫 매출 감소와 경쟁력 약화 등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형국이다.
앵커가 2015년 86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주고 인수한 티몬은 최근 2000억 원 대에 큐텐에 팔렸다. 그마저도 현금으로 거래한 것이 아니라 앵커 등이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큐텐은 티몬을 합병한 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상장 결과에 따라 티몬의 투자 성과가 나타나게 되지만 현재로서는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티몬은 2017년 356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겪으며 2021년에는 1290억 원으로 줄었다. 티몬은 지난해 영업적자도 761억 원에 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앵커PE가 지난해 말 4조원의 기업 가치를 찍고 투자한 컬리는 투자 당시에도 투자 유치가 잦고, 기업 가치가 높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현재 상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장 후 시가총액이 2조원 이상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앵커는 투자 당시 공모 가격이 낮아질 경우 주식수를 늘려 손실을 방어하는 리픽싱 조항을 넣지 않았다. 대신 상장 거부 권한을 갖고 있어 최종 상장 여부가 주목된다.
앵커PE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이투스 교육은 매각을 시도하다 뚜렷한 원매자를 찾지 못하면서 철회했다. 손실이 확정되거나 예상된 기업 중 티몬·이투스교육은 앵커의 1호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는 대규모 펀드)로 투자한 기업이다. 앵커는 5000억 원 규모의 1호 펀드 중 지오영 투자로 3000억 원의 수익을 냈다. 경남에너지·헬스밸런스에서도 성과를 냈다. JB금융지주는 뚜렷한 수익이나 손실 없이 마무리 했지만 지분 매각 이후 배당이 발생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앵커PE는 펀드 출자자가 모두 외국계이고,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투자가 넓게 펼쳐 있다. 이 때문에 컬리 등 투자 몇 건만 놓고 운용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는 보지 않는 전망이 더 많다. 업계 관계자는 “1호 블라인드 펀드는 지오영의 대성공으로 다른 손실들을 모두 만회하고도 남았고 이후 펀드에서도 투썸플레이스가 4500억 원을 투자한 뒤 두 배 가격에 매각하는 성공을 거뒀다”면서 "다만 컬리와 프레시지 등 후속 투자에서는 과거보다 출자자의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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