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 중남미를 찾아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나섰다. 지난달 복권 이후 첫 행선지로 멕시코를 낙점한 이 부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지지를 요청하는 한편 현지 사업장을 방문해 경영 전략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대통령 특사’ 자격을 부여받은 이 부회장은 이번 연휴 이후에도 파나마·영국 등을 잇달아 방문해 글로벌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9일(현지 시간)과 10일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의 케레타로 가전 공장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레타로 공장은 미주 지역 내 공급되는 세탁기와 냉장고 등 생활 가전제품의 생산 거점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케레타로 공장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 특히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현지 워킹맘들의 고충에 관심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에서 떡만둣국과 비빔밥을 배식받아 직원들과 식사하는 등 임직원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직원들에게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못하고 고객들과 동료 직원들을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미래를 개척하자”고 격려했다.
이튿날에는 삼성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도스보카스 정유 공장 건설 현장을 찾기도 했다. 건설 현장 외에도 ‘삼성 캠프(숙소, 식당, 휴게 공간 등)’를 방문해 직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지 직접 살폈다.
현지에 동반 진출한 국내 협력 회사도 ‘깜짝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 부회장이 방문한 대영전자는 1996년부터 25년 이상 삼성전자와 협력해온 회사다. 전력 제어 부품 등을 생산해 케레타로 공장에 납품한다.
이 부회장은 앞서 8일 멕시코시티의 대통령궁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부산엑스포는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혁신 기술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개최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이후에도 파나마·영국 등지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영국 방문 일정은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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