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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재 서울대 AI밸리 단장 “R&D(연구개발) 지원금 증액보다 협력 생태계부터 구축할 때”

정부 지원때 투자 연계까지 고려

기업도 연구소와 브레인풀 꾸려

사업화 과정서 함께 머리 맞대야

박희재 서울대 AI밸리추진단장(서울대 기계공학과 석학교수) 서울경제 DB




“정부에서 수많은 연구 과제를 만들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기업에 돈을 뿌려주지만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 지원 자금을 늘리는 것보다 국가 R&D의 생태계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박희재(61·사진) 서울대 AI밸리추진단장(서울대 기계공학과 석학교수)은 1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R&D 연구비를 지원해 그 결과물이 산학 협력이나 창업 등 기술사업화로 이어지게 하는 생태계가 대단히 미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8년 IMF 경제위기 때 제1호 대학 실험실 벤처(에스엔유프리시젼)를 창업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우선 박 교수는 국가 R&D 현장에서 유기적인 협력이 미흡하다며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성공 사례와 비교했다. 그는 “재작년 초부터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개발했다”며 “당시 큰 역할을 한 곳이 옥스퍼드대와 영국 정부”라고 소개했다. 영국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가 대량생산되면 구매해주겠다고 약속하고 R&D와 사업화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간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여 대규모 추가 투자를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산학연에 R&D 자금을 지원할 때 구매와 조달, 민간투자자와의 연계, 마케팅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며 “현재 연 30조 원이나 지원하지만 생태계가 끊어진 부분이 많아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결실을 잘 맺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D 과정에서 모자라는 자금은 모태펀드를 비롯해 투자 등 민간 부문의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여기에 특허 등을 담보로 대출받는 지식재산(IP) 금융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터리(2차전지) 생태계를 예로 들며 산학연정 간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2차전지의 원소재를 90%가량 중국에 의존하는데 이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부산하다”며 “처음부터 기업이 대학과 연구소의 전문가들과 같이 브레인 풀을 구성해 핵심 소재 수급, 기초·원천·응용·개발 연구, 상업화 등의 과정에서 협력했다면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 생태계에 대해 대부분 손을 놓고 있다가 호들갑을 떤다”며 “대기업도 실상 전문가 풀이 제한적인데 이를 극복해줄 수 있는 산학 협력과 연관 생태계 구축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정부가 대기업·대학·연구소·금융권과의 교량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전국 거점 대학별로 논문만 따지지 말고 산학 협력과 특허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소신도 역설했다. 그는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미국의 스탠퍼드대나 MIT, 중국의 베이징대나 칭화대 등처럼 학교 주변에 산학연과 투자자가 어우러지는 대학 밸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정보기술(IT)·바이오 등 R&D 밸리를 구축해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도 AI 밸리를 추진하고 있으나 재원이 없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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