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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IPO 대어' 더블유씨피 마저…수요예측 참패

공모가 8만~10만원 제시했지만 턱도 없어

하단 대비 20% 가량 하향 조정 불가피

증시 침체 속 금리 상승 압력 더 커진 영향

경쟁사 SKIET 주가 하락도 부담으로 작용

충북 청추 더블유씨피 공장 전경. 서울경제DB




올 해 코스닥에 입성할 최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더블유씨피(WCP)가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WCP가 공모가를 기존보다 20% 이상 내린 6만 원선에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상장을 강행할 수 있을 지도 우려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WCP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입찰에 응한 기관 중 대다수가 희망 공모가(8만~10만 원)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측에선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보다 20% 낮은 6만 4000원으로 조정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공모가가 6만 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기존의 2조 7208억~3조 4009억 원에서 2조 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WCP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 IET)에 이은 국내 2차전지 분리막 생산 2위 업체다. 올해 코스닥 상장 도전 기업 중 유일한 ‘조 단위’ 대어로도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기관투자가들도 희망가 내에서 WCP 공모가를 써내기 부담스러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까지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불거지자 현재 WCP의 공모가가 현 시장 상황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가 떨어져 성장주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WCP가 2022~2024년 추정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WCP는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2022년에 903억 원, 2023년에 1254억 원, 2024년에 2284억 원을 나타낼 것이라고 가정하고 적정 몸값을 매겼다.

미래 영업이익 성장세를 전제하고 기업 가치를 산정한 것이다. 시중 금리가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는 국면이라면 이처럼 미래 실적을 반영한 공모가의 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비교 업체인 SK IET의 주가가 계속 내림세를 보인 것도 부담이었다. 총생산능력(CAPA) 격차를 고려하면 WCP의 적정 몸값을 SK IET의 3분의 1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3개월 전만 해도 11만 원에 육박했던 SK IET의 주가는 지난 15일 7만 9200원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5조 6000억 원까지 주저 앉았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낸 데다 증시 전반이 침체된 탓이다.

시장에선 WCP가 공모가를 내리고 상장을 강행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쏘카(403550)도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보다 18% 낮춘 2만 8000원에 확정하고 일반 청약을 실시한 바 있다. WCP는 오는 19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0~21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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