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머지로 기존 토큰 보유자들은 하드포크(업그레이드 이후 블록체인이 둘로 갈라짐)에 따른 신규 토큰을 추가로 받는다. 이더리움 기반 ERC-20 계열 토큰이나 대체불가토큰(NFT)을 가진 경우도 똑같다. 일종의 복제 토큰이 생긴 셈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암호화폐 일부는 가치가 생길 가능성이 점쳐지는 반면 NFT는 사실상 가짜 취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뤄진 이더리움 머지에 따라 기존 보유자들의 토큰은 이더리움2.0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예전처럼 별다른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하드포크 방식이 채택됐다. 이더리움 머지 과정에서 일부 세력이 새로운 작동 방식인 지분증명(PoS)을 반대했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이더리움은 새 규칙 PoS를 따르는 이더리움2.0체인과 기존 작업증명(PoW) 규칙을 채용한 이더리움하드포크(ETHW)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드포크로 기존 체인 참여자에 새로운 코인을 배당하면서 1이더리움(ETH)을 가진 사람은 1ETHW가 추가로 생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만든 ERC-20 계열 토큰도 같은 체계여서 1샌드박스(SAND) 보유자는 ETHW 계열 SAND 1개를 새로 얻는다. 이더리움에서 발행된 NFT도 마찬가지다.
쌍둥이처럼 생성된 ETHW 계열 암호화폐와 NFT가 각각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이더리움2.0이 기존 이더리움의 가치를 그대로 물려받는 만큼 추가로 생기는 ETHW 계열 토큰의 가치는 0이 되는 게 합리적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내외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도 이용자에게 새로 생긴 ETHW 계열 암호화폐 수령을 돕는 ‘에어드롭(배당)’은 지원하기로 했지만 신규 토큰의 매매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달 28일 ETH를 포함해 베이직어텐션토큰(BAT), 신세틱스(SNX), 폴리곤(MATIC) 등 ETHW 26종의 에어드롭을 결정한 지닥 관계자는 “하드포크 세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념상 가치도 불분명하고 시장에서 사고팔기도 어려운 만큼 ETHW 대부분이 시장에서 소외되겠지만 일부는 생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암호화폐들 역시 실물에 근거하지 않은 만큼 ETHW에도 언제든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며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소에 상장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 가치를 잃겠지만 일부는 생존에 성공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일무이한 가치를 내세우는 NFT 업계에서는 ETHW 계열 NFT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루한원숭이들의요트클럽(BAYC) 개발사 유가랩스는 이더리움2.0 NFT만 인정한다고 명시했다. ETHW 체인에 존재하는 BAYC는 진품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추후 NFT를 구매할 때 ETHW 계열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양영석 미르니 대표는 “겉으로 보기에 동일하기 때문에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ETHW 계열 BAYC를 마치 이더리움2.0 계열 NFT라고 속이고 팔 수도 있다”며 “NFT 프로젝트에서 ETHW 계열 NFT를 인정해주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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