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총괄 프로듀서가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에 사실상 백기 투항했습니다. 펀드의 요구대로 본인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에스엠의 프로듀싱 계약을 조기 종료하겠다고 지난 15일 선언한 것입니다.
라이크기획은 최근 20여년 동안 SM엔터로부터 1500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왔습니다. 수수료 대부분은 이 총괄 개인에게 흘러갔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꾸준히 비판해 온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라이크기획에 철퇴를 내리친 것입니다.
이제 주주들의 시선은 이 총괄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는데요. 그가 라이크기획을 통해 받았던 연간 수백억 원의 수입을 어떻게 보전해 나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총괄이 에스엠 경영진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습니다. 그는 2010년 에스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뒤 지금까지 회사 내 맡고 있는 직책이 전혀 없었습니다. 당연히 에스엠도 이 총괄에게 연봉을 지급하지 않아 왔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나 다른 주주들도 이 총괄의 경영진 복귀에는 반대할 명분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통제된 권한과 책임을 지는 등기 이사로 나오라고 요구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에스엠이 곧 이수만이고, 이수만이 곧 에스엠으로 통합니다. 그가 직·간접 기획했던 수많은 아이돌이 성공을 거두며 지금의 에스엠을 만들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다만 이 총괄이 경영진으로 복귀하더라도 라이크기획처럼 엄청난 소득을 보장해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에스엠 주주총회는 사내이사들에게 인당 최대 15억 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승인해 두었습니다.
지난해 이성수·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의 연봉은 상여를 포함해도 각각 8억 원을 넘지 않는 수준입니다.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해 이 총괄에게만 고액 연봉을 책정하면 주주들로부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에선 회사가 배당을 늘릴 가능성을 높게 보는 듯 합니다. 에스엠은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올해 처음으로 배당을 지급했습니다.배당금 총액은 47억 원 규모였습니다. 회사는 최근 연간 200억 원 넘는 자금을 라이크기획에 지급했는데 이 돈 중 일부가 배당을 늘리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본 지난 16일 증시에서 에스엠 주가는 무려 18% 넘게 급등했습니다.
이 총괄이 지난해 추진했던 경영권 매각이 재개될 지에도 여전히 관심이 쏠립니다. 그는 지난해 카카오(035720)엔터테인먼트 및 CJ ENM(035760)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다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 총괄의 에스엠 지분율은 약 18%입니다.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가치는 시장에서 최대 1조 원 안팎으로 거론됐습니다. 카카오와 CJ(001040)도 에스엠 인수협상 결렬을 아쉬워했다는 후문이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매각 협상 테이블은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입니다.
에스엠은 이번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 검토를 밝힘과 동시에 추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사안을 확정하고 다시 시장에 알리겠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확정 시기를 2주 뒤인 이달 30일로 못 박으며 재차 단도리를 친 것입니다.
얼라인은 16일 낸 입장자료에서 "기존 준비하던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모든 단계적 조치 들을 9월 30일까지 유보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단계적 조치들'에는 이사회를 상대로 한 소송 등 각종 법적 대응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SM엔터 이사회에 시간 여유를 주지 않고 강하게 밀어부치는 모습입니다.
내년 3월에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립니다. 그 전까지 주주들에게 만족할 만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 얼라인은 이사회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총괄이 장악력을 가진 현재의 에스엠 이사회가 뒤바뀌면, 그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정 받으려 했던 경영권 프리미엄은 '제로'로 수렴해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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