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간 영국 군주로 재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국장으로 거행됐다. 영국 역사상 최장 기간 집권한 군주이자 56개 영연방의 구심점이었던 여왕을 조문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과 왕족 500여 명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조문록에 ‘여왕은 직무를 위한 변함없는 헌신으로 전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고 추모의 글을 남기며 ‘70년 동안이나 여왕과 함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라고 했다.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는 왕실 명의의 서한에서 “지난 열흘간 전 세계에서 표한 조의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추모 열기에 화답했다.
오전 11시에 열린 장례식은 웨스트민스터사원 사제가 집전했고 캔터베리대주교의 설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봉독으로 진행됐다. 사원은 여왕이 즉위 1년여 만인 1953년 대관식을 치른 장소이자 1947년에는 남편 필립공과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의식에 앞서 오전 8시 사원 내 귀빈 입장과 동시에 사원의 종이 1분에 한 번씩 여왕의 나이인 총 96번 울렸다.
장례식에는 각국 정상급 인사 500명을 포함해 약 2000명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 왕치산 중국 부주석, 나루히토 일왕 부부를 포함한 세계 24명의 왕족들이 함께 여왕을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로서 항상 헌신하신 여왕을 잊을 수 없다”고 추모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여왕은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는 말과 함께 조의를 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현안에 대한 그의 관점은 항상 매우 가치가 있었다”고 추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초청을 받았으나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200여 곳에 생중계된 장례식은 영국 전역이 2분간 묵념하고 백파이프가 영국 국가를 연주하면서 55분간의 의식을 마쳤다.
장례 후 포차에 실린 여왕의 관은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아치까지 천천히 이동하며 런던의 대중에게 작별을 고했다. 웰링턴아치까지는 찰스 3세 등 왕실 일가가 동행했다.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서거 이후 57년 만에 엄수된 국장인 데다 수백 명의 주요국 정상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영국 경찰은 최고의 보안 태세로 경계감을 높였다. 사전에 세운 정부 계획인 ‘런던브리지 작전’에 따라 약 1000명의 경찰관과 관계자가 투입됐다. 특히 웰링턴아치까지의 왕실 일가 이동은 런던 경찰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펼친 가장 중대한 보안 작전으로 평가됐다.
이날 장례가 치러진 런던에는 100만 명이 넘는 군중이 운집해 여왕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운구 행렬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에는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런던에서 약 100㎞ 떨어진 베리세인트에드먼즈에서 하루 전 런던에 도착했다는 한 형제는 BBC에 “자리 잡기가 (런던 최대 축구 경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 VIP석을 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왕의 관은 오후 1시 윈저성으로 이동해 오후 4시부터 윈저성 내 성조지예배당에서 약 800명이 참석한 소규모 예식이 치러졌다. 오후 7시 30분 왕실 일가가 모인 가운데 여왕은 70여 년을 해로하고 지난해 4월에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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