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국 국채금리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등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금리가 4%에 육박하자 위험자산인 주식의 매력은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주식 투자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배당금 기대 수익률이 연 5%도 되지 않는 상장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불안도 나온다.
20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배당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상장사 233곳 중 기대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인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10곳 중 1곳에 그치는 셈이다. 반면 배당수익률이 0%대로 예상되는 기업은 58곳에 달한다. 기업 이익을 투자자들과 나누는 배당금은 증시 하락기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안전판’으로 꼽힌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으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위험이 커진 가운데 배당수익률 4% 돌파를 눈앞에 둔 미국 국채금리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주식 투자의 매력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실제 전날인 19일 미국에선 벤치마크 금리로 여겨지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11년 만에 장중 3.5%선을 넘어섰다. 2년물 금리도 3.97%를 찍으면서 4%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3년물 국채 금리가 3.823%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재차 돌파했다. 여기다 9월 FOMC를 앞두고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가 4%를 넘어 5%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치가 나오며 금융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만약 미국 기준금리가 4%만 된다고 해도 한국의 국고채·한전채·회사채 등의 채권금리도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이미 이달 발행된 한전채(AAA·한국전력공사채) 2년물은 4.840%, 지난달 발행된 SK텔레콤(AAA) 3년물은 3.999%에 발행되는 등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의 매력이 커지는 동시에 증시 자금이 재차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의 ‘머니 무브’는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7조 4686억 원으로 지난해 9월(14조 614억 원)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이는 올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충격이 컸던 7월(일 평균 7조 2463억 원) 다음으로 가장 적은 규모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코스피 일평균 매수 규모 역시 18조 원 수준에서 9조 원으로 5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한편 이 기간 개인들의 채권시장 거래 규모는 반대로 급증했다. 개인투자자의 9월 채권 일평균 거래 대금은 1600억 원으로 지난해(860억 원) 대비 2배가량 불어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증시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적 통화정책 및 경기 침체에 따른 우려를 대부분 선반영한 현재로서는 약세장에서 펀더멘털(기초 체력) 대비 주가 하락 폭이 컸지만 여전히 고배당을 담보하는 종목 위주의 선별 투자가 유효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금융주들을 포함한 일부 종목들은 올해도 10%에 달하는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BNK금융지주(138930)(9.54%), DGB금융지주(139130)(9.49%), 우리금융지주(316140)(9.25%) 등 전통적 고배당주인 금융 지주사들과 S-Oil(010950)(9.07%), 효성(8.57%)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종목이 올해 하락장에서 주가 조정이 컸던 점을 생각하면 반등 시 매매 차익에 따른 성과 역시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손해보험 등 업종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면서 배당 기대감이 높아진 한편 전반적인 증시 약화로 대부분 종목이 이익 대비 주가가 부진해 예상 수익률이 상승했다”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해당 업종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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