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중공업 하청 근로자의 집단 작업 거부와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 움직임은 가뜩이나 ‘시계 제로’ 상황에 놓인 국내 산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주 증가로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조선 업계는 하청 노동자 파업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강성 노조인 금속노조를 상대해야 하는 철강 업계 역시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 추이에 얼마든지 동조 파업이 벌어질 수 있어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산업계는 계속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원자재 급등의 여파로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줄줄이 내려가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산업 현장의 잇따른 파업 움직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 하청 노동자의 작업 거부 사태는 지난 51일간 이어진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과 비슷하게 장기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건비 인상안뿐 아니라 각종 안전 요구 사항 역시 높은 비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대삼호중공업의 하청 업체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일부 공정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기본급 인상안뿐 아니라 추가 비용 인상 요소들이 많아 양측 간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청 노동자 측은 론지 2단(눈높이) 이상 작업은 국제 공인 자격증인 ‘이라타(IRATA-국제 로프 자격증)’ 소지자가 수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전 요구안이지만 현대삼호중공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 이라타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의 일당은 30만~40만 원가량으로 자격증이 없는 인력보다 인건비가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거부 6일째를 맞은 이날 현장에서는 전처리(파워) 공정률이 50% 가까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측은 “교섭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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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은 더욱 심각하다. 노조의 요구 사항이 지나친 데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다른 그룹 계열사 노조의 투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이 자동차 부품 등 다른 금속노조 산하 지회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금속노조는 현대삼호중공업 하청 근로자들과 현대제철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연대 투쟁으로 확대하는 한편 국정감사 현안으로도 제기할 방침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 하청 노동자 투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역 연대 투쟁, 나아가 국정감사 현안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노조의 파업이 다른 금속노조의 연쇄 파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으로 공장이 멈춰서면 산업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공장 침수로 냉연·열연 등의 제품 생산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파업이 시작되면 국내 철강 생산 급감에 이어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의 생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열연 유통가격은 톤당 110만 원으로 8월 셋째 주 대비 10% 올랐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국내외적 요인으로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에 많은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노조가 힘을 앞세워 파업을 벌인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산업 현장의 파업 확산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하반기 들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하향하는 상황에서 파업은 기업 실적 회복에 치명타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추정치가 3개 이상 존재하는 상장기업(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합산) 236곳의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0조 95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5조 7940억 원) 대비 8.67% 감소한 수치다. 3·4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583조 6092억 원으로 14.9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순이익은 38조 1264억 원으로 20.73%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 모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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