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 현장에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내 4위 조선소인 현대삼호중공업 하청 근로자들이 기본급 인상과 작업장 안전 조치 등을 요구하며 작업 거부에 들어갔고 현대제철 노조도 임금 인상을 받아들이라며 사측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는 상황에 산업 현장 곳곳에서 파업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산업계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20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 ‘파워공’ 100여 명은 전날부터 기본급 인상과 위험 작업 안전 조치 등을 요구하며 집단 작업 거부에 들어갔다. 파워공은 선박 도장 작업에 앞서 철판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 작업 거부는 도크 점거처럼 선박 생산 시설을 멈춰 세우지는 않았지만 산별단체인 금속노조가 개입해 하청 근로자들을 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 사태와 유사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하청 노동자들은 노조와 달리 정식 교섭 통로가 없다”며 “조선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처럼 싸움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5월 이후 넉 달째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불법 점거해온 현대제철 노조도 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전날 금속노조 현대제철 4개 지회(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는 사측이 22일 열리는 교섭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본급과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는데, 특히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지급한 특별격려금 400만 원과 동일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로 주력산업의 3·4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줄줄이 하향하는 등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 노조의 파업까지 확산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태풍 피해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철강 업계의 경우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산업계 전반에 ‘철강재 대란’이 불가피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항상 첫 단추가 중요하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합법적인 노동쟁의는 노조의 권리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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