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진행하는 급성 췌장염 치료제 임상이다 보니 어떤 평가 변수로 할지 시행착오가 불가피했습니다. 그래도 2차 평가 변수에서 중요한 개선 효과를 확인한 것은 성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2b상에서 임상 설계를 다시 해 최초 신약 승인에 도전하겠습니다."
손병관(사진) SCM생명과학 대표는 22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급성췌장염 신약 후보물질 ‘SCM-AGH’의 임상1·2a상 결과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며 재도전 의지를 밝혔다.
SCM생명과학은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줄기세포치료제 ‘SCM-AGH’를 통해 2017년 세계 최초로 급성 췌장염 치료제 임상을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1차 유효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손 대표는 “앞선 임상 사례가 없는 최초의 도전이라 어떤 지표를 기준 삼아 치료 효과를 증명할지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2017년 임상 설계 당시 지표 설정을 달리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래 2a상은 탐색적 유효성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개발 과정이 실패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급성 췌장염은 중증에서 사망률이 30%에 달할 정도로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췌장이 활동하지 않도록 금식하고 진통제로 버티는 치료법 외에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손 대표는 앞선 임상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2b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SCM생명과학은 1·2a상에서 1차 지표로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췌장을 비롯한 장기 병변을 점수화한 ‘CTSI(CT severity index)'를 활용했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 통상 췌장염 환자를 진단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2차 지표로는 장기 내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CRP(C-reactive protein)'를 활용했다. 손 대표는 "임상 의사에 따르면 투약 후 실제 증상은 나아졌지만 CTSI 점수로는 큰 편차를 내지 못했다"며 "대신 CRP에서는 위약 대비 분명한 치료 효과를 확인해 이 지표가 향후 임상에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CM생명과학의 뒤를 이어 급성 췌장염 치료제 임상에 돌입한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칼스메디컬은 2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를 CRP와 고형 음식 섭취 가능일로 설정했다.
손 대표는 인하대 의과대학장, 청주의료원장을 역임한 의료인 출신이다. SCM생명과학 초창기 멤버로 올 8월 대표에 선임됐다. 그는 "50년 가까운 의료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의와 최적의 임상 설계를 구성해 내년 초 2b상을 신청하겠다"며 "희귀난치병 치료를 꿈꿨던 고(故) 송순옥 SCM생명과학 창립자의 의지를 이어받아 2상 종료 후 빠르게 희귀의약품 품목 허가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