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일 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품절주’ 테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희박한 유동성만으로 급등하는 품절주에 대해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한국정보통신(025770)과 제주은행(006220)은 각각 36.82%, 34.17%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43% 떨어진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이들 기업은 모두 유통 주식 수가 30% 이하인 품절주로 최근 ‘한방’을 노리는 개미들의 매수가 늘며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국정보통신의 유통 비율은 10.37%로 박현서 외 4인의 최대주주가 85.72%를, 한국정보통신이 자사주로 3.91%를 보유하고 있다. 제주은행 역시 신한금융지주회사(65.31%), 제주은행 우리사주(4.55%) 등을 제외하면 유통 비율이 20.14%밖에 되지 않는다. 유통 주식 수가 희박하면 소규모 매매만으로도 주가가 출렁인다. 일각에서는 시가총액이 절반으로 줄 경우 유동성은 제곱으로 증가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특별한 호재 없이 품절주라는 특성만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주가 상승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없는 만큼 조금의 매도만으로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왕개미 김대용 씨의 매수로 유통 비율이 5.02%까지 줄어들었던 양지사(030960) 역시 하루 만에 주가가 20% 넘게 올랐다가 그 다음날 10% 가까이 빠지는 등 거래량에 따라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품절주는 물량이 많지 않아 시세조종의 표적이 될 위험도 크다. 2016년 코스닥 상장사 코데즈컴바인(047770)은 당시 4년 연속 적자에 자본잠식 상태의 관리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한 달여 만에 550%가량 폭등해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었다. 당시 유통 주식 수가 0.6% 정도로 현저히 적어 품절주로 유명세를 탄 덕분이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2016년 대비 시가총액이 무려 80분의 1로 줄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코데즈컴바인에 대해 시세 조종 및 주가 조작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품절주라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투자에 나서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면 주가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며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매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과 같이 하락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품절주처럼 변동성이 큰 종목들에 대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다만 끝물에 들어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으니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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