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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은 총재 같지 않은 이창용

조지원 기자(경제부)




이창용 총재가 한국은행에 온 지 5개월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총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한은은 8월 23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개최한 한 행사에서 이 총재가 기조연설했다는 내용을 최근에야 뒤늦게 공개했다. 이 총재는 당시 “아시아 지역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이후 열 배 가까이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도 1997년 8.0%에서 2021년 23.5%로 상승했다”며 “이는 매우 강한 A등급을 받을 만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설문 주제 자체가 ‘동아시아 지역의 금융 안전망 강화’였지만 한국 금융·경제 현황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 총재가 직전까지 역임했던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으로서 한 발언 같았다.



9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 상황을 ‘보고’받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자리는 사전에 공지도 없었고 공식적인 회의도 아니었다.

과거 한은 총재들은 통화정책 독립성 문제로 대통령이 불러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만나더라도 공식 회의 석상이나 비공개로 회동했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 구성원으로 오해받을 만한 자리였다.

정부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은이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도 내부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효과도 분명치 않은 제도를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그가 한은의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 경제 전체를 조망하면서 한은을 장기 알처럼 움직인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이 총재가 다재다능하니 여러 역할을 모두 잘해낼 수는 있다.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과 전 세계적인 긴축 행보에 중앙은행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다. 우리에게는 물가·금융 안정을 책임지고 안심하게 해줄 중앙은행 총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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