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회원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힌 대한변호사협회의 제재 수위를 다음 달 결정합니다.
공정위는 다음 달 12일 전원회의를 열어 변협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심의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21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도 마쳤습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신고에 따라 변협의 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 행위를 조사한 뒤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한 상태입니다. 변호사들이 로톡에 가입 또는 협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징계하겠다는 변협의 방침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하고 변호사들의 자유로운 표시·광고 행위를 제한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변협을 사업자단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그 형태가 어떠하든지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경제적인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 또는 그 연합체’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협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인정될 수 없고 사업자 단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해 왔습니다.
변협은 공정거래법의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 규정을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자유경쟁의 예외를 인정하는 이 규정은 해운법 등에 따라 각종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근거가 돼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정위는 변협의 행위에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표시광고법에서도 사업자단체(변협)가 법령에 따랐을 경우 행정기관의 장(법무부 장관)과 협의에 따라 표시·광고 제한 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변호사의 로톡 사용(광고)이 공공성 등에 반하는 광고에 해당하지 않아 변협이 광고를 금지한 것은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공정위는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시정 조치와 함께 10억 원 이내의 과징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표시광고법을 위반했을 경우 관련 매출액의 2%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변협의 행위로 인한 로톡의 매출 감소 규모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업계에서는 변협에 최대 10억 원가량의 과징금이 매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변협에 무거운 제재가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 사업자는 자신의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역량 있는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며 “엄정한 법 집행과 경쟁 주창으로 시장의 혁신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협과 로톡의 갈등은 2015년부터 이어져 왔지만 다른 기관도 모두 로톡의 손을 들어준 상태입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020년 로톡을 고발한 사건에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으나 서울중앙지검도 5월 불기소 처분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변호사의 로톡 가입을 금지한 변협의 규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혁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위의 사건 처리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사건, 구글의 경쟁 애플리케이션 마켓(원스토어) 사업 활동 방해 사건 등의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BMW·폭스바겐·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 3사가 배출가스 저감장치(SCR)를 개발하지 않기로 담합한 사건에 대해서도 조만간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공정위는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 스타트업들이 계속해서 시장에 진입하고 기존 사업자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역량 있는 경쟁 사업자의 진입과 사업 활동을 방해하고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의 출현을 가로막는 반칙 행위를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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