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뚜렷한 상용화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최초의 신약 탄생이 임박했다. 시장에 곧 물꼬가 터질 조짐이 보임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투자와 임상에도 가속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백신 및 관련 생물학제제 자문위원회(VRBPAC)는 22일(현지시간) 리바이오틱스(Rebiotix)의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 치료제 '레비요타(Rebyota·RBX2660)'에 대해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디피실 감염은 항생제가 장내 유익한 미생물까지 공격하면서 독소를 생성하는 디피실 균이 증식해 재발률이 높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주요 치료법은 타인의 건강한 대변으로 약을 만드는 대변 미생물군 이식(FMT)인데, 이를 시술이 아닌 의약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중요했다. 이번 위원회에서 치료 효과만이 아니라 안전성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오옴 신약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레스테라퓨틱스도 이달 6일 재발성 디피실 장염 치료를 위한 'SER-109'에 대해 FDA 신약허가신청(BLA) 관련 자료 제출을 최종 완료했다. 앞서 지난해 말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판을 위한 공식 행정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000100)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사 에이투젠의 지분 59.9%를 100억 원에 인수했다. 2018년 토니모리(214420)가 에이투젠을 인수한 주당 가격의 2.4배 수준이다. 내년 초 별도 유상증자를 거쳐 100% 자회사로 흡수할 예정이다. 앞서 유한양행은 또 다른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인 메디오젠(지분율 29.3%)에 399억 원, 지아이바이옴(8.2%)에 1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고바이오랩(348150)은 ‘KBL697’을 건선과 궤양성 대장염에 치료제로 각각 2상과 2a상이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올 3월 셀트리온(068270)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공동연구 및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지놈앤컴퍼니(314130)는 ‘GEN-001’을 위암 치료제로 국내 2상을 하고 있으며, 담도암을 대상으로는 MSD의 '키트루다'와 병용투여하는 2상 계획을 다음달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청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콜마(161890), 안국약품(001540), 종근당바이오(063160), hy 등이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은 물론 다양한 균주 보유를 통한 건강기능식품 출시로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며 "신약 시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만큼 관련 시장이 뛰어드는 기업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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