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회 연속 자이언트스탭(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선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이번주에도 코스피지수는 2300선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당분간 국내 증시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로 2280~2400을 제시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9월 19일~23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92.78포인트(3.89%) 하락한 2290에 장을 마쳤다. 23일 종가는 2020년 10월 30일(2267.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전주보다 5.60% 하락한 728.29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 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홀로 2조5752억 원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 기관은 각각 1조5946억 원, 8541억 원을 내다팔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한 주간 2조7453억 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주식 비중을 크게 줄였다.
이번 주에도 국내 증시는 23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전망한다. 삼성증권은 코스피 예상 밴드로 2300~2375를, NH투자증권은 2280~2400을 제시했다. 최근 글로벌 긴축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당분간 증시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긴축에 대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산업 전반에서 수요 둔화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인덱스 수익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반도체의 업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고, 그 외 수출 모멘텀도 상당히 둔화됐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글로벌 물류회사인 페덱스와 미국 간판 제조업체 포드의 가이던스 하향이 개별 기업 이슈에 그치지 않고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주식의 멀티플과 실적 모두 녹록치 않은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차례 더 연준의 긴축 전망이 강해진 만큼 투자자들이 단기에 낙관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주에는 오는 27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내구재 주문과 주택가격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구재 주문 지표는 공장설비·자동차·가전제품·컴퓨터 등 3년 이상 제품에 대한 미국 공장의 주문을 집계하는 지표로 8월에 전월 대비 1%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수요를 위축시키는 모습이 여러 지표들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내구재 주문이 얼마나 견조하게 버텨주는지는 미국 경기둔화 속도를 엿볼 수 있는 포인트다. 주택가격 지표는 미국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6%를 넘어섰으며, 주택거래가 7년래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보합수준에 머무르는데 하락 전환 여부가 관건이다.
미·중 패권경쟁과 관련한 리스크도 증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 첫 회의가 이번 주 초에 열릴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4개국이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라며 칩4 참여 의사를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의 지배적 위치와 기술력을 감안할 때 중국이 직접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면서 "하지만 하중 관계 악화 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칩4 추진 상황과 함께 한중 관계 경색 여부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테마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이벤트는 테슬라가 오는 30일 개최하는 '테슬라 인공지능(AI) 데이' 행사다. 테슬라는 이날 행사장에서 휴머노이드 범용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이 사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과 일론 머스크가 과거 자신을 두러싼 회의론이 틀렸음을 수차례 입증해왔다는 점을 들어 주목하는 사람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종목 모멘텀에 주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작은 테마에 관심을 가지고 개별 종목 모멘텀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이폰14에 대한 미국·중국 시장의 긍정적 반응과 관련해 애플향 핸드셋 부품이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글로벌 곡물 생산량 전망 하향과 관련한 비료업체 등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단기 전술적인 측면에선 고금리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가치주에 주목한다”며 “실적 기대감이 높은 국내 완성차와 함께 경기 방어력과 고배당 이점을 겸비한 통신, 금융 업종도 자산 편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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