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이어 27일 KDB생명보험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산은이 4전 5기로 KDB생명 매각에 나선 가운데 속전속결 의지를 불태우면서 소수 주주인 칸서스자산운용과 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유력 후보로 벌써 부상했다.
산은은 이날 주요 회계법인과 증권사 등으로부터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서 수령을 마감하고 이르면 내달 초 주관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KDB생명 매각에 대해 "최대한 빨리 하겠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매각 대상은 산은이 산하 사모펀드(PEF)를 통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다. 산은은 ‘KDB 칸서스밸류유한회사(65.8%)’와 ‘KDB 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26.9%)’로 나눠 KDB생명을 지배하고 있는데 칸서스운용이 26.9%의 지분을 갖고 있는 펀드의 소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칸서스는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을 인수하려다 소수 지분만 남겨 놓은 상태인데 상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KDB생명 인수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칸서스운용은 2019년 부동산 개발업체(디밸로퍼)인 HMG를 새 주인으로 맞았고, NH투자증권이 2대 주주로 참여해 자본여력을 확충했다. 지난 3월부터 김영재 전 칸서스운용 대표 대신 NH투자증권 출신 김연수 대표가 KDB생명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KDB생명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캑터스PE는 KG그룹이 2대 주주인 중견 사모펀드 운용사다. 최근 KG그룹이 쌍용차 인수를 완료하며 산은과 관계가 돈독한 것도 KDB생명 인수에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캑터스PE는 최근 신한금융지주 산하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자문사인 신한AI에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은 2010년 이후 네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올 해 1월에는 JC파트너스와 매각을 위한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먼저 인수한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이 되면서 KDB생명의 대주주가 될 자격을 박탈당했다. 산은은 지난 4월 JC측과 계약을 해지했다.
JC파트너스는 올 초 KDB생명 구주 인수에 2000억원,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 증자에 35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해 이번 매각 역시 이 같은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는 KDB생명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회계 기준인 IFRS17에 따라 수익이 줄고, 부채는 늘어나 불리한 측면은 있으나 지난해 말 실적이 705억 원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상태가 호전되고 있어 매각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