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주년을 맞은 저축은행이 부실 금융사 이미지를 떨쳐내고 성장 궤도에 올랐다. 최근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지적되고 있지만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건전성 개선을 이어온 만큼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2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개의 총자산은 133조 3832억 원을 기록했다. 2011년 12월 총자산 60조 1646억 원 규모에서 2배 이상 증가하며 외연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총여신과 총수신은 각각 114조 5331억 원, 116조 4664억 원으로 모두 100조 원을 넘었다. 건전성 수치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금 연체율은 2011년 12월 20.05%였으나 올 상반기 2.6%로 개선됐다.
저축은행은 1972년 상호신용금융법 제정을 계기로 상호신용금고로 영업을 시작한 후 위기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해왔다. 2011년 부동산 PF 부실 대출 사태인 소위 ‘저축은행 사태’로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는 쓰디쓴 경험이 있었다. 당시 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은 -963억 원을 기록했고, 2013년 -3828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이후 PF를 줄이고 안전성이 높은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등 체질 개선으로 저축은행들은 성장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은 1조 9500억 원으로 2조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007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은 디지털화를 통한 영업 채널 다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토스·카카오페이·핀다 등 핀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2030세대도 유입했다. 대형사들은 자체 앱을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도 공용 앱인 ‘SB톡톡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SB톡톡플러스’에서는 현재 79개의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할 수 있으며 로그인 한 번으로 통합 계좌 확인과 관리, 예·적금 계좌 개설, 대출 신청, 체크카드 발급 신청이 가능하다. 편리성 등에 힘입어 최근 ‘SB톡톡플러스’의 정기예금 가입 규모가 최초로 1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저축은행업권을 둘러싼 상황은 좋지 않다. 금리 인상기인 만큼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저축은행 예금 상품 금리가 시중은행과 비슷해지면서 자금 조달 방법이 한정적인 저축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를 지적하며 심사와 사후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적하는 등 여전히 좋지 않은 인식들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동안 저축은행이 체질을 개선하고 건전성도 높인 만큼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충분히 위험성을 알고, 그 규모도 과거 수준으로 크지 않다. 저축은행 업계는 법규 준수,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를 통한 사고 예방에도 집중하고 있다.
업계는 자체 노력도 중요하지만 규제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 간 규모, 영업 행태 등을 고려한 차등화된 규제 적용 및 금융 환경 변화에 부적합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규모 및 영업 행태 등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규제는 일률적으로 적용되며 저축은행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특성에 맞는 규제 적용을 통해 다양한 성장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 관련 규제는 최근 비대면 대출 증가 등 금융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 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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