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훨씬 올라야 한다”고 말해 에너지 가격 현실화에 힘을 실었다. 그는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 국면과 맞물려 부담스럽다는 점을 고려한 듯 “고통스러운 것을 견디는 정책”이라며 “그럼에도 에너지 가격은 현실화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도 이날 “전기요금을 ㎾h당 30원 더 올리면 무역수지가 3개월간 25억 달러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속도감 있는 추진을 시사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은) 훨씬 올라야 한다. 우리 전기요금은 독일의 2분의 1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가격을 낮추면 에너지 안 써도 되는 사람이 더 쓰게 되는데 비싸지면 꼭 필요한 사람이 쓴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가 안정과 성장 등 복수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폴리시 믹스’ 차원이라는 점도 부연했다. 그는 “에너지 전략·안전성·안보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건 고통스러운 것을 견디는 정책”이라면서 “다만 왜 확 올리지 않냐고 하면 우리가 가진 정책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물가가 국민에게 대단히 중요하지만 에너지 가격은 현실화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고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에 대해서 한 총리는 “전체적인 외환 구조적인 건강성은 굉장히 높다”며 “2008년 외환보유액의 약 두 배 가까운 4000억 달러 이상이 있고 부채보다 외화 자산이 7000억 달러로 더 많다”며 환율 방어를 자신했다. 그는 “외국에서 우리 외환 문제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고 한국이 현재 어려움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다”고 했다.
전기요금 인상과 무역수지 개선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장 차관의 발언도 주목됐다. 장 차관은 “무역수지 대책으로 전기요금(인상)이 나와도 놀랍지 않다”고 했다. 대용량 사업자 전기요금 인상으로 우려되는 산업계 피해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이 전체 전기의 50%를 쓰는데 그 기업들이 대체로 영업 성적이 괜찮았다”며 “일부 업종에서 억울한 경우도 있겠지만 반도체 등 업종에서는 요금 인상분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부는 대용량 사업자에 더 높은 전기요금 인상률을 적용하는 등 전기요금 인상 폭을 차등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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