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의 첨단 해상전력이 5년만에 다시 뭉쳐 북한 잠수함 등의 위협에 대응한 연합훈련을 개시했다.
해군은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펼쳐진 한미일의 대잠수함작전훈련의 전경을 사진으로 담아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훈련에는 우리 군의 구축함 문무대왕함(DDH-H) 등이 참여해 미일의 함정들과 나란히 동해를 누볐다. 미측 함정으로는 핵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NV),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 미사일순양함 첼슬러스빌함(CB)이 참여했다. 일본 해상자위대에선 사실상 이지스급에 준하는 신형 구축함 아사히함(DD)이 동참했다.
이번 훈련은 북한 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채 은밀히 수중 기동을 할 경우를 가정해 이뤄졌다. 가상의 북한 잠수함 역할은 미군의 아나폴리스함이 맡았다. 한미일의 수상함 등은 이를 추적·탐지하고 상호 정보를 교환하는 등 대잠전을 수행해 상호운용성을 확인했다.
3국의 연합 대잠 훈련은 2017년 처음 시행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중단됐다가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5년 만에 복원됐다. 일각에서는 한일 간 독도영유권 갈등 등을 부각시키며 한미일 및 한일 간 안보 협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북핵 위협과 중국의 해양 군사력 팽창의 위험성을 도외시한 편향된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해군의 한 제독은 “우리 해군의 역량이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했지만 대잠전, 미사일방어 등에서는 여전히 미국·일본과 교류하면서 더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며 “순수한 안보 협력의 문제를 외교·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끌어들여 폄훼하고 친일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우리 국방 역량 발전을 발목 잡는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과거 김대중(DJ) 정부는 첨예한 역사 갈등과 독도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상황을 냉철히 따져 대승적으로 한일 안보 협력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1999년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최초로 합동 수색·구조 훈련을 개시해 2017년까지 총 11번 실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9월 12일에는 김용환 인천해역방어사령관이 일본 측 욱일기 게양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천항을 친선 방문한 연습함대 가시마함에 당당히 올라 사열을 받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DJ 정신과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치면서도 한일 관계를 되레 후퇴시켰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 양국 간 안보 협력이 전면 중단돼 한일간 안보협력은 물론이고 한미일 안보협력에도 악영향이 미쳤다.
윤석열 정부 출범후 전임 정부 시절 경색된 한미일 미치 한일 안보협력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한미일의 이지스 구축함들이 호주의 구축함과 일명 ‘퍼시픽드래곤’ 훈련을 실시해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절차를 숙달하기도 했다.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 도전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 한미일을 주축으로 해상안보협력을 통해 항행의 자유를 확실히 굳혀놓아야 해양물류에 크게 의존하는 대한민국 수출경제가 해상안보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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