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일 윤준병 민주당 의원을 양곡관리법 개정 논의를 위한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안조위에서 최대한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 달리 민주당은 회의 두 번 만에 일방적으로 위원장을 뽑았다. 민주당 성향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협조할 경우 야당 성향 위원이 전체의 과반을 차지해 사실상 강행 처리를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안조위를 열고 윤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조위는 위원장을 선출한 뒤에야 법안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위원장 선출 전에는 관례에 따라 최고령 위원이 임시위원장을 맡는다.
안조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법안 심사가 가능하다. 안조위 재적 위원 6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민주당 의원 3명에 민주당 소속이었던 윤 의원이 법안에 찬성하면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농해수위 안조위의 경우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최연장자여서 1차 회의 당시 임시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2차 회의에는 홍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했으나 민주당은 임시위원장이 회의를 고의로 거부했다고 보고 안조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윤 의원은 “양곡관리법을 논의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홍 의원은 회의 소집 사실을 알고도 불참했다”며 “위원회에 대해 회피 의사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차 회의 당시 최대한 합의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 달리 여당 위원이 부재한 가운데 위원장을 선출한 것이어서 민주당이 법안 단독 처리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신정훈 의원은 지난달 29일 1차 안조위 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을) 법안소위원회에서 보다 더 많은 토론을 하며 의견을 나눴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안조위를 통해서라도 이견을 해소해 여야가 함께 쌀값 문제를 해결하는 양곡관리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는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속도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개정안대로 미곡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면 가격의 신호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양곡관리법은) 재정 파탄을 불러오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2011년 태국이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다 쌀이 과잉생산되고 재정이 거덜 났다. 농민과 농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미래 세대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법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희뿐 아니고 국민 모두가 (법안 통과를) 막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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