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센트루스와 저농축우라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산 저농축우라늄이 본격 수입되면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수원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핵연료 공급사 센트루스와 저농축우라늄 10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물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저농축우라늄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동위원소인 U-235를 추출·분리한 뒤 발전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3~5% 농도로 농축한 핵연료다.
농축우라늄 제조·교역은 프랑스의 오라노, 러시아의 로사톰, 영국의 유렌코, 중국의 중국핵공업집단(CNNC) 등 허가받은 소수 업체가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 기술은 군사용으로 사용할 우려가 있어 엄격한 국제적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저농축우라늄 공급의 상당 부분을 프랑서와 러시아 등에 의존해왔다. 한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한수원이 수입한 원전 연료 2077t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약 665t)에 달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글로벌 무역 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원의 무기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핵연료 수출 시장에서 물러났던 미국이 다시 저농축우라늄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수원이 계약을 체결한 센트루스는 2021년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NRC)로부터 농축 우라늄 제조 허가를 받은 유일한 회사로 2023년 11월 미국 오하이오주 생산시설에서 20kgU의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 생산에 첫 성공한 이후 연간 900kgU 규모의 저농축우라늄을 양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저농축 우라늄 수입선이 다각화됨에 따라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축 우라늄 자체 제조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미국에게 선도 주문 물량을 제공한 것이어서 양측 모두 이익을 얻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원자력 시장에서 자원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센트루스와의 계약은 양국의 자원 안보를 강화했을 뿐 아니라 한미 원자력 협력을 긴밀히 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