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만기가 짧을수록 더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 예금 상품과의 금리 차가 급격히 좁혀진 상황에서 금융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단기 상품에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오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의 평균 금리는 3.85%로 2년 만기 상품 금리(3.82%)보다 0.3%포인트 더 높다. 3년 만기 상품 금리(3.81%)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만기가 긴 상품의 경우 만기가 짧은 상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만기가 짧을수록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리 역전 현상’이 저축은행 예금 금리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개별 저축은행 상품을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또렷하게 나타난다. HB저축은행 e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금리는 4.2%지만 3년 만기 상품은 4.1%로 1년 만기 상품이 오히려 금리가 더 높다. DB저축은행 M-정기예금도 1년 만기 상품은 최고금리가 4.05%지만 3년 만기 상품은 3.95%였으며 삼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4.15%인 반면 3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3.7%로 0.45%포인트 차까지 벌어졌다.
이런 조짐은 올해 3분기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1년 만기 상품과 2·3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동일한 경우가 어렵지 않게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기준금리가 더 오르면서 금리가 역전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이 2·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보다 더 높아진 것은 최근 저축은행의 수신 자금 유치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저축은행 상품 금리를 추격해 금리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졌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으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가 급격하게 진행된 반면 금리 경쟁력이 약화된 저축은행으로 이동한 자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분석이다. 수신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저축은행 역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도 함께 올려야 하는데 정부의 금리 인상 억제 방침으로 무턱대고 대출금리를 올릴 수 없다”며 “대출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은행만큼 예금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단기 상품으로만 몰리는 현상도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예금 금리가 더 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가입 기간에 따라 동일하게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품의 금리를 높여 해당 상품에라도 자금을 더 유치하려는 의도라는 의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저축은행의 수신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나 만기에 선별적으로 금리를 높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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