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등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양자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저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키우고 있는 핵심 분야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양자기술 선도국을 멀찍이 떨어져 추격하는 양상이다. 2026년까지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게임체인저형 양자소재 개발 등을 추진 중이나 여전히 역부족이다.
양자기술을 구현하는 핵심 원리로는 양자역학의 ‘중첩’과 ‘얽힘’ 현상이 있다. 이 중 양자 얽힘이란 하나의 입자를 둘로 쪼개서 아주 먼 거리에 위치시키더라도 한쪽의 스핀 방향이 정해지면 동시에 다른 쪽의 스핀 방향이 반대로 정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을 검증하고 양자컴퓨터 등 양자기술 시대를 여는 데 공헌한 물리학자 3명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안톤 차일링거(77)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교수, 알랭 아스페 (75) 프랑스 파리사클레대 교수 겸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 존 F 클라우저(80) 미국 존클라우저협회 창립자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실험을 통해 얽힌 상태의 입자를 조사하고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세 사람은 2010년 이스라엘의 권위 있는 울프상의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노벨상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앞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정보가 빛의 속도를 넘어 전달될 수 없다”며 양자 얽힘이란 가설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존 스튜어트 벨은 ‘벨 부등식’이라는 수식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클라우저 창립자는 벨이 고안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실제 실험을 진행했고 아스페 교수는 칼슘 원자를 레이저로 쏴 쌍둥이 광자를 만들었다. 차일링거 교수는 처음으로 양자 상태를 한 입자에서 멀리 떨어진 입자로 이동할 수 있는 ‘양자 순간 이동’ 현상을 시연하며 양자통신 실험을 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얽힌 쌍에서 한 입자에서 일어나는 일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다른 입자에서 일어나는 일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양자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벨위원회는 공동 수상자 3명에게 총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 534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올해는 2020년과 2021년 수상자까지 한자리에 모인다. 노벨위원회는 3일 생리의학상에 이어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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