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캐논이 500억엔(약 5000억원)을 투자해 21년 만에 반도체 노광장비 신공장을 건설한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025년까지 노광장비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려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의 압도적 1위인 네덜란드 ASML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반도체 차세대 장비 개발도 추진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캐논이 일본 도치기현의 우쓰노미야 공장 내 7만㎡ 공터에 반도체 노광장비(웨이퍼에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장비)를 생산하는 신공장을 짓는다고 보도했다. 캐논은 현재 우쓰노미야와 이바라키현 아미마치 등 2개의 거점에서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2023년에 신공장 착공을 시작해 2025년 봄까지 노광장비 생산 능력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장 건설 비용과 생산 설비를 포함한 총 투자액은 500억엔 중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논이 21년 만에 노광장비 신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수요 증가 전망 때문이다. 올해 캐논의 반도체 노광장비 판매 대수는 180대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29% 늘어난 것일 뿐 아니라 최근 10년 사이 4배 증가한 규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지난해 5000억 달러를 넘어선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30년에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닛케이는 "캐논은 매해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생산 능력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캐논의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 점유율은 30%로, 60%를 점유 중인 ASML에 이어 세계 2위다.
동시에 캐논은 '나노(10억분의 1m) 임프린트'라 불리는 차세대 장비 개발도 추진한다. 나노 임프린트는 나노 패턴이 각인된 일종의 도장을 웨이퍼 위에 찍어내는 기술로, 노광 공정보다 단순하고 저렴하게 첨단 미세회로를 새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캐논이 주도하는 나노 임프린트 개발에는 키옥시와와 대일본인쇄도 참여 중이다.
캐논은 나노 임프린트 기술이 상용화할 시 ASML이 독점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에 도전할만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수나노미터 회로를 찍어내기 위해서는 EUV 노광장비가 필수인데 이 장비는 한 대당 200억엔의 고액인데다가 소비 전력도 크다. 나노 임프린트를 사용하면 제조비용을 최대 40%, 소비전력을 최대 90%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캐논의 판단이다. 닛케이는 "캐논은 나노 임프린트의 판매를 확대해 ASML의 아성을 무너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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