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노광 분야 소재·장비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소재·장비 의존도가 높은 노광 분야에서 국내 업체와의 끈끈한 협력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노리는 모양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회사 세메스의 노광 공정용 트랙 장비 승인(퀄)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삼성전자가 테스트한 장비는 불화아르곤이머전(ArFi)용 트랙 장비다. 퀄 테스트 통과는 이 장비를 조만간 양산 라인에 적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내년께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 처음으로 이 장비를 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필수 소재인 네온가스를 국산화했다. 이로써 회사는 국내 소재 회사 TEMC·포스코와 협력해 네온가스 사용량 40%가량을 한국에서 수급할 수 있게 됐다. 2024년 100% 국산화를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노광 분야에서의 국산화 작업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노광 공정은 동그란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 모양을 찍어내는 공정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꼽힌다. 다만 노광 분야에서 쓰이는 소재와 장비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트랙 장비는 웨이퍼를 노광기에 투입하기 전 빛과 반응하는 포토레지스트(PR)라는 소재를 골고루 도포해 안정적인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장비는 네덜란드 ASML 등 해외 업체가 주도하는 노광기 분야만큼 해외 의존도가 높다. 특히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TEL)이 트랙 장비 영역에서 상당히 강세다.
삼성전자는 세메스와 협력해 범용 노광 공정인 ArFi 트랙 장비 국산화 시도를 계기로 해외 의존도 낮추기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9년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을 트집 잡아 일본 정부가 단행한 수출 규제 이후 현지화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이는 추세다. 트랙 장비 사례 외에도 국내 소재 회사 동진쎄미켐(005290)은 일본 업체들이 득세하는 ArFi·극자외선(EUV) PR 공급 다변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네온가스 국산화도 큰 의미가 있다. 네온가스는 ArF 빛 구성 요소의 95%를 차지하는 중요한 소재다. 최근 네온 주요 공급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네온 공급에 비상이 걸렸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 4월부터 국내 회사와 본격적인 협력을 시작했다.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노광 분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메스에서 일본 점유율이 100% 가까이 되는 EUV 트랙 장비도 개발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PR, 각종 가스 등 다양한 노광 소재·부품·장비 생산 현지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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