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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운임 60% 추락…정유사는 하반기 영업익 '반토막'

■심층분석 해운·항공·정유 업황지수 먹구름

반도체 수요 떨어져 항공물류 '뚝'

SCFI도 반등 없이 16주간 하락세

해운·항공 내년 최악 적자 위기 속

정제 마진 0달러서 제자리걸음만

에틸렌 스프레드도 300弗 밑돌아


미래 글로벌 경기를 먼저 보여주는 해운·항공·정유·석유화학의 대표 지수들이 최근 들어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낸 이들 업종 중 일부는 내년부터 상황이 뒤바뀌어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 지표인 홍콩~북미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는 지난달 말 ㎏당 7.9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2.72달러 대비 37% 빠진 수치다.





항공 화물 운임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물류 대란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코로나19가 막 시작된 2020년 5월 7.73달러였던 운임은 지난해 말까지 1년간 60% 이상 순식간에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1년도 안 돼 가격이 제자리로 빠르게 복귀하고 있다.

바다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해상 운임 낙폭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말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말 대비 60% 이상 하락한 1922포인트를 기록했다. SCFI 2000 선이 깨진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첫 사례다. 특히 16주간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가격이 빠지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더욱이 10월은 중국의 국경절과 11월에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 미국의 추수감사절 등을 앞두고 있는데도 물동량이 계속 감소하며 운임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지수가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경기 악화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항공 운송의 대부분은 반도체, 전자 기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인데 이들 산업 내 수요 급감이 본격 시작됐다.

트렌드포스 리포트에 따르면 내년 D램 시장 규모는 올해 전망치보다 1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며 재고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항공 물류 물량도 대거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를 쓰는 전자 기기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대란으로 큰 이익을 낸 해운사와 항공 물류 업계는 내년부터 이익을 대거 반납하고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통상 업계에서 SCFI가 1000포인트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데 코로나19 기간 대거 수익을 낸 해운사들도 내년께는 이익을 반납해야 한다는 전망도 속속 나온다. 특히 5일(현지 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가 하루 200만 배럴 원유 감산을 결정하며 항공·해운 연료비도 오르면서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약 400억 원의 손실이 난다. 운임은 떨어지고 운송 원가는 오르는 이중고다.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는 “미국 아마존이나 홈디포 같은 대형 리테일러들의 재고가 쌓여 있어 수입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며 “연말로 가면서 과거 흔했던 상품 사재기 현상도 거의 없을 정도로 물류 수요가 사라졌다”고 했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보인 정유사들도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유가 하락과 달러화 강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월 셋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배럴당 0달러를 기록했다. 나프타·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비·수송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돈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2020년 9월 기록한 -0.1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정제 마진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5.9% 증가한 12조 3203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의 실적 지표인 정제 마진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하반기 정유사들의 실적도 상반기의 반 토막일 것으로 증권사는 전망했다.

이같이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유가 하락이다. 국내 수입 원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올해 초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84.25달러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로 인해 원유 매입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나프타 가격 하락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나프타 가격이 내려간 만큼 이를 원료로 생산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프타를 이용해 생산하는 에틸렌의 가격도 함께 떨어지며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가격)’는 4월 평균 톤당 414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히 하락해 7월에는 톤당 11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다시 반등해 9월에는 톤당 276달러까지 올라왔지만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300달러를 밑돌고 있어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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